마스크 해제 이후 서울지하철 내 음주 인한 '토사물' 주의보

양희동 기자I 2023.04.06 19:06:01

지하철 승객 마스크 의무 해제 이후 月200만명↑
최근 3년간 토사물 관련 민원 1만3928건 달해
21시 이후 토사물 70% 육박…직원들 "하루 20건도 처리"
공사, 승객들의 적극적인 신고 당부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50대 승객 A씨는 지난 2019년 4월, 서울지하철 7호선의 한 역에서 하차해 귀가하던 중 역사 내에서 토사물을 밟고 미끄러졌다. 무릎을 다친 A씨는 119에 후송돼 병원에 입원, 신속히 치료받았지만 결국 무릎에 영구장애가 남게 됐다.

지하철 객차 안에서 토사물을 치우는 직원. (사진=서울교통공사)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내 토사물·음주로 인한 안전사고 줄이기에 앞장선다고 6일 밝혔다. 공사는 미끄러짐 등 추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토사물에 대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순회 점검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시행한다.

올 1월 20일부터 대중교통 내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완화된 이후 서울 지하철 이용객은 증가 추세다. 완화 이전인 1월 1~8호선 일평균 승하차 인원은 753만 366명이었지만, 완화 이후인 2월엔 854만 14명으로 100만 명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강했던 전년(2022년) 2월 651만 933명과 비교하면 200만명 이상 늘어난 수치다. 공사는 일상 회복으로 술자리 등이 잦아지면서 야간 시간대(오후 9시 이후) 이용객이 증가하면서, 공사는 음주 인한 토사물 처리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공사에 따르면 서울지하철에선 최근 3년(2020~2022년)간 토사물 관련 민원은 총 1만 3928건이 접수됐다. 하루 평균 약 13건에 달하는 수치다. 토사물 민원은 요일별로는 목·금·토요일, 시간대 별로는 오후 9시 이후에 급증해 오후 10시에 많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오후 9시 이후 접수 건수는 전체 70%에 육박한다.

(자료=서울교통공사)
공사는 토사물이 악취와 미관 저해로 환경을 저해할 뿐 아니라 이용객의 안전까지 위협한다고 설명했다. 역사 내에서 보행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거나 뛰어가던 승객이 토사물을 미처 보지 못하고 밟아 미끄러질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로 인한 안전사고도 매년 발생하고 있다.

공사는 토사물을 대체로 휴지를 이용해 닦아낸 후, 손걸레나 대걸레로 사용해 마무리하는 방법으로 처리한다. 공사 직원이 직접 처리하는 탓에 토사물과 근접해야 하는데, 이때 토사물의 악취와 미관으로 인해 많은 직원들이 업무 피로를 호소한다.

한 직원은 “바쁜 역은 하루 20건 이상 토사물을 처리할 때도 있다”며 “토사물만 생각해도 밥조차 먹기 싫을 정도”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공사는 토사물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직원이 역사 순회 시 토사물을 중점적으로 확인하고, 신고 접수 시엔 최우선으로 제거하도록 안내했다. 또 토사물 민원 빅데이터를 분석해 토사물이 발생 유형을 도출해, 해당 개소를 집중적으로 점검하며 청소 자회사와의 긴밀한 협조도 이어 나간다.

서울교통공사의 토사물 가리개. (사진=서울교통공사)
공사는 현장 근무 직원의 제안을 받아들여 토사물 발생시 1차적으로 토사물을 가릴 수 있는 ‘토사물 가리개’도 시범 제작해 활용하고 있다. 직원이 휴대하다 토사물 발견 시 가리개를 펼쳐 사용, 미끄러짐 사고를 방지한다.

공사는 토사물 등 위험요소 발견 시 이용객들의 적극적인 신고를 강조했다. 토사물이나 만취로 인한 사고 발생이 우려되는 인물 등을 발견하면 △공사 고객센터에 문자 또는 전화 △공사 공식 앱 ‘또타지하철’(앱 실행 후 민원신고-환경민원) △역 직원에게 직접 알리기 등 세 가지 방식으로 신고할 수 있다.

김석호 서울교통공사 영업본부장은 “단계적 일상회복 방침에 따라 그간 위축되었던 음주문화가 다시 활성화돼 이로 인한 문제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라며 “공사의 노력과 함께 고객들이 성숙한 시민의식과 함께 지하철을 이용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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