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지는 원화에 수출 둔화 우려…'반도체 착시' 안주 말아야"

경계영 기자I 2018.01.29 16:17:35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최근 원화 가치가 높아지면서 수출 증가율이 둔해질 수 있다며 지난해 반도체 슈퍼 호황에 따른 착시에 안주해선 안된다는 진단이 나왔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원화 강세의 파장과 대응 방향’ 긴급 좌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떨어지는(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 상승) 반면 달러·엔 환율 하락(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 상승)이 제한적인 데 대해 오정근 회장은 “미·일 간, 한·미 간 신뢰가 차이나고 한·일 간 통화정책도 다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오 회장은 “2012년 이후 원·엔 환율 하락이 우리 수출 증가율을 크게 떨어뜨렸다”며 “지난해 반도체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세계경제가 회복하면서 수출 증가율이 큰 폭으로 올랐지만 전반적 경기 불황을 보지 못하고 반도체 착시에 안주한다면 1997년 외환위기와 유사한 처지에 놓일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이어 반도체 수출이 호조를 보였지만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최저 수준인 71%까지 내려간 점에 주목하며 “제조업 대부분이 장기 불황 상태에 있다”고 우려했다.

오 회장은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를 △경상수지의 불황형 흑자와 자본 유입 지속 △미국 재무부가 의회에 제출하는 환율보고서에서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데 따른 국내 외환정책 추진의 한계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따른 달러 가치 하락 △한·미·일 간 통화정책 차이 등으로 꼽았다.

그는 “지금 일본은 아베노믹스에 따라 정책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유지함으로써 엔화가 약세를 보이는 데 비해 한국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원·엔 환율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오 회장 발표 이후 이어진 좌담회에서는 우리나라가 규제 개혁으로 투자를 활성화해 불황형 경상흑자 폭을 축소하고 대(對)미 신뢰를 회복해 외환·통화정책 운신의 폭을 넓히는 등 여러 방안이 논의됐다. 외화유동성을 적극적으로 확보해 경제위기에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좌담회엔 오 회장과 더불어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채희율 경기대 경제학부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왼쪽부터) 채희율 경기대 교수,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김정식 연세대 교수, 김소영 서울대 교수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원화 강세의 파장과 대응 방향’ 긴급 좌담회에서 토론하고 있다. 사진=전경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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