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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뷰티in 염보라 기자]색에 대한 우리나라 말의 표현은 참 맛깔스럽다. 일부 외국인들은 다양한 표현에 감탄을 자아내기도 한다.
'허여 멀건한' '거무 죽죽한' '칙칙한' '노르스름한' '뽀얀' 이러한 표현들은 영어에서 정말 찾기 힘든 표현들이다. 각 색상을 강조하고자 할 때 한국어는 앞에 '시-' '샛-'을 붙인다.
예를 들어 '노란-샛노란' '파란-새파란' '검은-시커먼' 등이다. 나아가 모음을 바꾸게 되면 색의 깊이가 달라진다. 실제로 '노란-누런' '파란-퍼런' '하얀-허연' 등 표현이 그것이다.
외국인들에게는 정말로 어려운 표현들이다. 특히 색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패션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물론 영어에도 이와 같이 색의 강도를 높여 주거나 낮추는 표현들이 있다.
색이 연할 때는 색상 앞에 'light' 'pale'을 붙이고 진할 때는 'dark' 'thick' 'deep' 'heavy' 등을 앞에 붙인다. 예를 들어 밝은 청색(light blue), 군청색(dark blue)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하지만 이같은 표현도 우리와 비교하면 아주 미미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화장품과 가방, 옷과 같은 색감이 다소 세련돼야 하는 분야에서다양한 색감을 나타내는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색에 대한 표현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1605년에 프랑스 수도원인 샤르트뢰즈(Chartreuse)에서 약초를 섞어서 탄생한 술은 수도원의 이름을 따 샤르트뢰즈(chartreuse)라고 한다. 이 술의 빛깔은 연두색과 노란색을 섞은 색으로 겨자색에 가깝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준비에 분주한 요즘 예전에 소치 올림픽에서 경기를 한 김연아 선수가 생각난다.
그때 입고 나온 드레스 중에 겨자색 드레스가 있었다. 당시 중계하는 각 매체들은 그녀의 드레스를 겨자색 드레스(mustard dress)가 아닌 샤트르뢰즈 드레스(chartreuse dress)라고 표현했다.
또 스타벅스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에 판매한 '토피 넛 라테(Toffee Nut Latte)'를 찾아 볼 수 있다. 커피(coffee)가 아니라 토피(toffee)라는 단어가 특이하다.
밀크 카라멜보다 약간 짙은 색으로 물, 버터, 설탕을 끓여서 만든 사탕의 이름이 '토피(toffee)'다. 토피 넛 라테는 음료는 크림 위에 살짝 토피(toffee) 가루를 뿌려 준다.
이 단어를 패션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토피 가죽 지갑(Toffee leather wallet) 그리고 명품 가방으로 유명한 에르메스(Hermes)에서 출시한 토피(toffee) 컬러는 품절이 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패션과 관련된 색감의 표현은 다소 세련됨을 강조한다. '에르메스 툴박스 토피', '샤르트뢰즈 드레스'를 만약 '에르메스 툴박스 갈색', '겨자색 드레스'라는 표현 했다면 느낌이 많이 달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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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의 Fashion & English
펜실베니아대학교(UPENN) 영어 교육학 석사
조수진의 영어 연구소
중국 청도 대원국제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