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모함 건조 및 운용 경험이 전혀 없던 중국은 이 바랴그호를 들여와 15년간 개조와 연구를 거듭했다. 그 결과는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 ‘랴오닝호’의 탄생이었다. 당시 서구권의 해군 전문가들 중 상당수는 이를 헛된 시도로 치부하며 비웃었다.
하지만 20여년이 지난 2026년 현재, 중국은 3척의 항공모함을 실전 배치했고, 핵추진(원자력) 함정으로 추정되는 네 번째 항공모함 건조까지 진행 중이다. 중국은 전투함과 잠수함 등을 합쳐 400척 이상을 보유한 세계 최대 규모의 해군 전력을 보유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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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해군의 급부상은 전 세계 상선 시장을 휩쓴 압도적인 조선업 경쟁력에 기반한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화물선 건조 점유율(총 톤수 기준)에서 중국은 52.6%를 점유한 반면, 미국은 0.01%에 불과했다.
중국 상하이 인근 창싱도의 장난 조선소 등 거대 민간·군수 겸용 조선소들은 글로벌 선사들의 대형 컨테이너선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건조하는 동시에, 동일 인프라와 공급망을 활용해 대형 군함을 찍어내고 있다.
WSJ에 따르면 지난 5월 위성 사진 분석 결과, 창싱도 조선소 1곳에서만 상륙함 2척, 순양함 2척, 구축함 3척, 호위함 2척이 동시에 건조·정비되는 모습이 포착됐다. 2023년 드론 탑재형 대형 상륙함 ‘쓰촨호’(4만톤급)를 착공한 데 이어, 최근엔 기존 핵잠수함을 만든 적 없던 장난 조선소에서 차세대 핵추진 잠수함으로 추정되는 신형 잠수함까지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 해군은 중국이 디젤-전기 잠수함에서 핵추진 잠수함 체제로 빠르게 전환함에 따라, 오는 2040년경에는 중국 잠수함이 인도양, 아북극권, 대서양까지 상시 작전 구역으로 삼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이같은 해양 팽창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시 주석은 2013년 집권 직후 “중국을 해양 강국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선언했다.
미 해군 정보국(ONI) 국장을 지낸 마이클 스투데만 퇴역 소장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시 주석은 시어도어 루스벨트 이후 어떤 미국 대통령보다 마한의 해양 전략 사상에 깊이 매료돼 있다”며 “역사를 공부한 군주로, 역대 강대국은 결국 글로벌 해양 강국이었다는 점을 확신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미국은 군함 건조 예산이 지난 20년간 두 배로 늘었음에도 노동력 부족과 산업기반 해체로 함정 수가 2003년 수준(약 290척)에 머물러 있단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 실전 배치된 중국의 세 번째 항공모함 ‘푸젠호’(배수량 8만톤)는 미 해군의 최신 항모에만 적용되던 ‘전자기식 항공기 발사 장치’(EMALS)까지 탑재해 서방을 놀라게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 해군에 향후 항모 건조시 증기식 캐터펄트로 되돌아가라고 지시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WSJ가 보도한 미 국방부 비밀 정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오는 2035년까지 총 9척의 항공모함을 보유해 미 해군(11척)과 대등한 수준의 항모 전력을 갖출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중국 해군은 제1열도선(오키나와-대만-필리핀을 잇는 선)을 넘어 작전 반경을 기하급수적으로 넓히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1만3000톤급 대형 구축함(미국 기준 유도미사일 순양함) ‘준이호’는 호주 연안 8046km(5000마일) 밖까지 항해해 실탄 사격 훈련을 진행했다.
지난해 6월엔 역사상 처음으로 2척의 중국 항모 전단이 서태평양 대양 한가운데에서 실전 기만 및 맞대결 훈련을 전개하기도했다. 또 대만 주변에는 상시 6척 이상의 해군 함정이 순찰을 돌고 있고, 남중국해에는 3배 이상의 전력이 상시 배치돼 있다.
중국 해군은 해군 함정뿐만 아니라 해양경찰, 민간 선원들로 구성된 해상 민병대 어선, 해양 조사선까지 동원한 ‘하이브리드 해상 전력’을 구축해 미국과 동맹국들을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라이언 마틴슨 미 해군대학 부교수는 WSJ에 “시 주석은 현대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해양 국가 지도자 반열에 오를 만하다”며 “중국 해군의 목표는 유사시 미군이 본토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서태평양 되도록 멀리 동쪽 해상에서 고강도 해전을 치를 수 있는 ‘전략적 심도’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향후 서태평양을 둘러싼 미·중간 해양 패권 다툼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스투데만 전 ONI 국장은 “중국은 이미 제1열도선 내부뿐만 아니라 관련 외곽 지역에서도 미국의 전통적 해군 전력을 대파할 수 있는 가공할 능력을 갖췄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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