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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th SRE][Worst]신용 리스크 여전한 SK온, 시장 평가는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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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엄 기자I 2025.11.19 13:14:45

[36회 SRE]
SK온 신용등급 “적절치 않다” 의견 여전
주요 원인으로 캐즘·발행량 부족 꼽아
엔무브 합병 후 시장 불식 일부 해소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SK온이 여전히 채권시장에서 냉정한 시선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시장 전문가 상당수가 SK온의 현재 신용등급이 과도하게 높다고 평가하며 신용 리스크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특히 공모채 발행에 약 2년여간 나서지 않은 점을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다만 지난해 ‘워스트레이팅’ 1위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순위가 다소 내려가며 시장의 시각이 일부 개선된 모습이다.

SK온, 워스트레이팅 3위…작년보다 2계단 하락

SK온은 36회 SRE에서 채권시장 전문가 222명 중 75명(33.8%)이 현재 등급이 적절치 않다고 응답해 워스트레이팅 3위로 선정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SK온의 신용등급이 적절치 않다고 평가한 75명 중 85%가 넘는 64명은 현재 등급보다 하향 조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반면 14.7%에 해당하는 11명은 상향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줬다.

직군별로는 크레딧 애널리스트(CA) 25명 전원이 하향 조정이 필요하다고 봤으며 비(非) 크레딧 애널리스트(비CA) 50명 중 39명도 같은 의견을 냈다. 즉 신용등급 상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의견은 모두 비CA에서 나온 셈이다.

SK온은 34회 SRE 워스트레이팅에서 처음으로 이름을 올리며 13위로 진입했다. 이후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실적이 급격히 악화 돼 지난해 35회 조사에서는 1위까지 올랐다. 현재 한국기업평가(한기평)와 한국신용평가(한신평), NICE신용평가(NICE신평) 등 국내 신용평가 3사는 SK온의 신용등급을 ‘A+(안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SK온에 대한 채권시장의 우려가 여전한 것은 이차전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전기차 캐즘이 최근 일부 해소되긴 했지만 SK온은 최근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음에도 영업이익 개선 폭은 미미한 상황이다. SK온은 올해 3분기 통합법인 기준 17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상반기 말 기준 부채비율도 252%로 적정 수준을 웃돌고 있다.

여기에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전기차 세액공제가 종료되는 변수가 추가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공화당 주도로 의회를 통과한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에 서명, 바이든 행정부 시절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2032년까지 제공하기로 했던 신·중고 전기차 세액공제를 9월 30일까지만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2년 간 공모채 전무…시장 신뢰 반영 못해

특히 SK온이 비교적 우량한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그간 회사채 발행에 나서지 않았던 점도 워스트레이팅 평가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SK온은 약 2년간 공모채 시장에서 모습을 감췄다. 신용등급만 놓고 보면 충분히 시장에 도전해볼 만했지만, 부진한 실적과 재무 여건 탓에 투자 수요를 자신하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SK온이 SK엔무브와의 합병을 마친 직후인 오는 19일 공모채 발행에 나서는 것은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실어준다.

SK온(A+)은 2년물과 3년물 공모채를 합쳐 총 1,500억 원 규모로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3,000억 원까지 증액 발행도 가능하도록 한도를 설정했다. 공모 희망 금리는 개별 민간채권평가사(민평) 평가금리에 -40~+40bp를 가산한 수준으로 제시됐다. 수요예측은 오는 19일, 실제 발행은 27일로 예정돼 있다.

SRE자문위원은 “SK온은 A+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공모채 대신 사모채만 발행하고 있다”며 “시장에서는 사실상 채권 발행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현 신용등급이 시장 신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시장의 시각에는 긍정적인 변화도 감지된다. SK온을 더 이상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향후 개선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워스트레이팅 순위가 지난해보다 하락하고 현 신용등급의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일부 제시된 점에서 확인된다. 실제 지난해 조사에서는 단 한 명도 SK온의 신용등급에 대해 상향의견을 내지 않았지만 올해는 소수나마 등급 상향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처럼 SK온에 대한 시장의 시각이 변한 것은 전기차 캐즘이 일부 해소된 상황에서 SK엔무브와의 합병이 전격적으로 이뤄지며 재무 부담을 덜어낸 결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연간 1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온 SK엔무브가 흡수되면서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SK온의 수익성과 재무 안정성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SK온은 지난 1일자로 SK엔무브와의 합병을 공식 완료했다. 지난 7월 30일 SK이노베이션과 SK온, SK엔무브 이사회는 SK온의 SK엔무브 흡수합병안을 의결했다. SK온은 지난 7월 기업가치 제고 전략 설명회에서 SK엔무브와의 합병 시너지를 기반으로 2030년까지 2000억원 이상의 추가 상각전영업이익(EBITDA)를 창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발언대>

이데일리 SRE 항목 중 하나인 기업별 등급수준 적정성 설문(워스트레이팅)은 국내 신용평가사가 부여한 신용등급 적정성에 대한 시장의 견해를 묻는 설문이다. 이데일리는 설문 분석의 공정성을 위해 워스트레이팅 상위 득표를 기록한 기업(계열)에 ‘발언대’ 형식으로 반론보도문을 요청해 왔다. 다음은 36회 SRE SK온의 발언대 전문이다.

SK온은 지난해 11월 1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의 합병을 시작으로 올 2월 1일 SK엔텀, 11월 1일 SK엔무브와의 합병을 완료했다. 이를 기반으로 연간 총 1조 5천억 원 수준의 추가 EBITDA 창출이 기대되며, 2조 원 규모의 즉각적 자본 확충 효과도 누리게 됐다.

재무 외에 기술, 사업적 측면에서의 시너지도 발휘될 전망이다. SK온은 SK엔무브의 액침 냉각 플루이드(Immersion Cooling Fluids) 기술과 자사 셀투팩(Cell-to-Pack) 기술을 통합한 패키지 설루션의 사업화를 추진 중이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의 경우 배터리 원소재 트레이딩 등 비즈니스 영역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어, 향후 배터리사업 원가경쟁력 강화 및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

SK온 통합법인은 합병에 따른 시너지와 배터리사업의 지속적 운영효율 및 원가경쟁력 제고를 통해 최근 2개 분기 연속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SK온은 지난해 11월 5천억 원, 올 8월 2조 원 등 2차례에 걸친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 확충 및 재무건전성 제고 효과를 거뒀다. 운전자본 감축 등 현금흐름 개선 활동 역시 적극 추진하며 재무구조 강화에 나서고 있다.

또 2025년을 기점으로 블루오벌SK, 현대차그룹 북미 JV 등 배터리사업 대규모 투자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듦에 따라, 2026년부터는 Capex가 대폭 감소할 예정이다.

시설투자 소요에 대해서도 미국 에너지부(DOE) 첨단기술차량제조(ATVM) 프로그램, ECA 파이낸싱 등 장기 저리 정책 자금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재무부담을 완화시키고 있다.

지난 7월 통과된 미국 OBBBA에서 국내 배터리사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IRA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45X)가 원안대로 유지됨에 따라, SK온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의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됐다.

아울러 핵심 고객사의 미국 신규 완성차 공장(메타플랜트)이 올 상반기 가동에 돌입해 현지 생산 및 판매를 본격화하며, SK온 미국 공장도 수혜를 누리고 있다.

그 결과 SK온의 올 1~3분기 누적 AMPC 수령액은 617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92.4% 증가했으며, 3분기만에 종전 연간 최대 금액인 2023년의 6170억원을 넘어섰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가 다소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SK온은 ESS 사업을 적극 추진하며 수익성을 보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ESS 수요가 급증하는 미국에서 올 9월 플랫아이언(Flatiron)과 1기가와트시(GWh) 규모 ESS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추가 6.2GWh 물량에 대한 우선협상권도 확보했다. 2026년 하반기 납품이 목표로, 기존 라인을 전환해 미국 내에서 ESS용 LFP 파우치셀을 양산할 계획이다.

SK온은 지난달 말 진행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플랫아이언 외 다수 미국 고객들과 최대 10GWh 이상 규모의 ESS 공급계약을 논의 중이라 밝히기도 했다. ESS용 배터리 생산에 미국 내 합작법인(JV)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등, 고객 수요에 적시 대응하고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36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 책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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