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씩 쪼개 이태원분향소 지켜…철거? 대화로 풀었으면”

황병서 기자I 2023.02.14 17:35:33

서울광장 분향소서 만난 자원봉사자들
하루 대여섯명 ‘지킴이’…추모객 안내 등 맡아
“유족 위로하고 싶어…서울시, 무리한 철거 않길”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유가족을 위로하고 싶어서 지인들하고 일정을 맞춰 참여하게 됐어요. 하루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도와드리고 싶어서요.”

14일 오전 서울 중구 시청역 5번 출구 인근 ‘서울광장 분향소’에는 자원봉사 역할을 자처하는 ‘지킴이’들이 상주하며 각종 일을 돕고 있다.(사진=황병서)
1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 앞의 이태원참사 합동분향소. 김동규(51·남)씨를 포함한 자원봉사자들이 이곳을 지키고 있었다. 김씨는 서울 영등포구의 마을 커뮤니티 ‘카페봄봄’에 속해 있다. 그와 함께 온 커뮤니티 회원 10여명은 이날 3시간씩 분향소에서 머물면서 추모객 안내와 분향소 관리를 돕기로 했다. 이날 오후 7시부터 열릴 추모 문화제에선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와 음료를 가져와 추모객들에게 나눠주기로 했다.

김씨는 추모 집회에 참여한 적은 있지만 자원봉사는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날 뉴스를 보곤 안타까워서 이태원에서 열린 추모집회에 갔었다”며 “영정과 위패가 모셔진 분향소가 제대로 설치됐다고 들어서 도와드리고 싶어 자원봉사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오는 15일 오후 1시 서울광장 분향소를 철거하기로 통보한 데엔 아쉬움도 표했다. 김씨는 “내일 분향소 철거 소식을 들어서 안타깝다”며 “서울시가 철거하려고 하는 건 국민의 정서에 반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사고 때와 같은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게 국회나 정부가 나서야 한다”며 “서울시도 유족들 입장을 반영해주고, 국회나 정부도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기구 설치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소속 활동가인 서민영(30·여)씨는 이날 오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24시간 활동 지킴이를 자처했다. 서씨는 “시민단체 소속 자원 봉사자 2~3명이 새벽마다 돌아가면서 분향소를 지킨다”며 “파란 천막에서 추위를 녹이고 30분씩 쪽잠을 자며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씨 역시 서울광장 분향소를 둘러싼 서울시와 유족 측 갈등이 대화를 통해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유족들이 저희 또래 부모님 같아 더 마음이 쓰인다”며 “저희가 서서 가만히 있는데도 먼저 와서 같이 있어줘서 고맙다고 말해주시니, (우리가) 조금이나마 힘이 된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일 철거를 한다고 하지만 서울시가 유족들과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시청역 5번 출구 인근 서울광장 분향소는 지난 4일 마련됐다. ‘이태원참사 100일 추모대회’를 광화문광장에서 열겠다는 유족의 신청을 서울시가 허용하자 유족 등이 서울시청 서편에 기습적으로 영정과 위패가 모셔진 분향소를 설치했다. 서울시는 ‘불법 설치물’이란 이유로 철거를 통보한 상태다.

이후 서울광장 분향소는 주말과 평일 모두 24시간 운영해왔다. 자원봉사자들을 가리키는 ‘지킴이’들이 5~6명이 한 팀이 돼 추모객을 맞고 있다. 환경, 인권, 종교 등 다양한 분야 시민단체 350여 곳이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를 꾸렸고 매일 한 개 단체가 당번을 정해 분향소 봉사를 돕고 있다. 개인 참가자 등은 SNS(사회연결망서비스) 등을 통해 원하는 시간대에 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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