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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한 내수 살려라"…한국지엠·르노코리아의 엇갈린 전략

송승현 기자I 2022.11.03 18:25:40

한국지엠, CMO에 정정윤 전무 선임…GM대우→쉐보레 성공적 전환
정 전무, KAIDA 가입 주도 등 쉐보레 수입차 포지셔닝 전환 꾀할듯
르노코리아, 삼성과 결별 이후 ''태풍'' 로고 계승…국산차 이미지 유지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국내 완성차 업체 한국지엠과 르노코리아자동차가 내수 부진 타개를 위해 엇갈린 전략을 선택했다. 한국지엠의 모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는 폐지했던 최고 마케팅 임원(CMO)을 부활시켜 쉐보레의 수입차 전략을, 르노코리아는 삼성과의 계약 종료 이후에도 기존 마크를 이어가는 국산차 전략을 택했다.

◇CMO 자리 부활시킨 한국지엠…국산차→수입차로 포지셔닝 전환 시도

3일 업계에 따르면 GM은 한국사업장 신임 CMO로 국내영업본부장을 맡았던 정정윤 전무를 선임했다. CMO 직책은 지난 2017년 처음 신설됐다가 폐지된 이후 이번에 새로 부활하게 됐다. CMO 직책에 정 전무가 선임되면서, 한국지엠의 브랜드 쉐보레 마케팅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먼저 한국지엠의 쉐보레 브랜드는 내수에서 좀처럼 활로를 뚫고 있지 못하고 있다. 쉐보레는 세단 모델을 단종하고, 수요가 높은 SUV로의 라인업 전환을 단행했지만 내수 판매는 여전히 미진하다. 한국지엠의 지난해 내수 판매량은 5만 4292대로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가장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2020년에도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레일블레이저가 새로 출격했지만, 내수는 8만 2954대로 가장 적은 수치로 집계됐다.

GM 한국사업장 최고 마케팅 책임으로 선임된 정정윤 전무. (사진=한국지엠 제공)
정 전무가 CMO에 오른 것도 쉐보레의 내수 포지셔닝을 새로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정 전무는 지난 2003년 GM대우테크놀로지에 입사해 2013년까지 국내 마케팅 영역에서 실무자로 근무했다. 그는 이 기간 GM대우 브랜드를 쉐보레로 전환하는 데 실무에서 큰 공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GM인터내셔널 주재원으로 활동한 이력도 있다. 특히 2019년 쉐보레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가입을 주도한 것도 정 전무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정 전무는 한국지엠 내부에서도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로 알려져 있는데 쉐보레가 그동안 국산 브랜드인 현대자동차(005380)기아(000270)에 비교돼 왔는데, 이제부터 포지셔닝을 수입차로 바꾸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며 “향후 쉐보레를 폭스바겐과 비교하며 대중적인 수입차로의 전환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르노 ‘로장주’ 대신 ‘태풍’ 로고 고수한 르노코리아…국산차에 집중

반면, 현대차와 기아에 밀려 내수 부진 늪에 빠진 르노코리아자동차는 정반대의 전략을 취하고 있다. 내수 부진 타개를 위해 수입차로의 포지셔닝 전환 대신 국산차라는 걸 더욱 강조하기로 한 것이다.

현재 르노코리아는 한국지엠과 마찬가지로 내수에서 좀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2020년 소형 SUV XM3의 출격과 SUV 유일 LPG 모델이라는 장점을 지닌 QM6가 활약하며 9만 5939대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XM3 인기가 식으며 6만 1096대를 기록했고, 올해도 좀처럼 내수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지 못한다. 3위 자리도 쌍용차에 내준 상황이다.

르노코리아도 수입차로의 포지셔닝 전환을 위한 기회가 있었다. 지난해 8월부터 삼성 브랜드 사용권 계약이 만료하면서, 브랜드 로고를 기존 ‘태풍’에서 ‘로장주’로 바꿀 수 있게 된 것이다. 소비자들 가운데 일부가 로장주 로고로의 전환을 원했지만, 르노코리아는 기존 ‘태풍’ 로고를 계승하기로 했다.

르노코리아자동차의 ‘태풍’ 로고. (사진=르노코리아 제공)
기존 소비자들이 ‘르노삼성’이 갖고 있던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를 유지하는 게 이득이라는 게 내부의 결론이었던 걸로 보인다. 실제 르노삼성은 과거 SM5로 국민차였던 쏘나타를 누르는 등 품질 면에서 인정받은 시기가 있었다. 아울러 르노코리아가 향후 지리자동차와 볼보가 함께 개발하는 친환경차 ‘링크앤코’ 생산기지로 낙점된 만큼 르노 대신 ‘한국산’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하는 게 나을 거란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국지엠과 르노코리아가 서로 전혀 다른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내수 부진 탈출이라는 성과를 누가 거둘지 흥미 있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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