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창립 60주년을 맞는 부광약품(003000)은 매출(지난해 1942억원)규모로만 보면 중견제약사 가운데서도 최하위 마이너 리그에 속한다. 그럼에도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에 있어서는 중견제약사 가운데 단연 압도적이다. 메이저 제약사를 통틀어서도 한미약품(128940), 유한양행(000100) 등 일부를 제외하면 부광약품의 신약 파이프라인 경쟁력을 넘어서는 곳은 찾기 힘들다는게 제약업계의 평가다.
실제 부광약품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신약후보로는 임상3상 단계 1개, 임상2상 2개, 임상1상 전단계 2개,선도물질 1개 등 모두 6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있다. 임상3상을 진행중인 신약후보는 조현병·양극성장애 중추신경치료제, 임상2상은 당뇨치료제, 운동장애 중추신경치료제, 임상1상 진입을 앞두고 있는 신약후보는 전립선암 치료제, 자가면역치료제, 신약후보물질은 내분비 치료제 등이다. 글로벌 임상2상을 진행중인 당뇨치료제, 운동장애 중추신경치료제는 향후 부광약품의 글로벌 시장공략에 있어 선봉장 역할을 할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부광약품은 작은 규모 제약사임에도 탄탄한 신약개발 경쟁력을 확보할수 있었던 비결로 선제적 바이오벤처 투자를 통한 수익창출과 이를 바탕으로 구축한 다양한 외부협력을 손꼽는다. 유희원(사진) 부광약품 대표는 “회사가 개발하려는 신약과 연관된 기술을 갖고있는 바이오벤처를 글로벌 시장에서 찾아 투자를 집중해왔다”며 “이런 투자를 통해 얻은 수익으로 신약개발을 외부업체들과 손잡고 하다보니 선순환 구조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부광약품이 본격적으로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에 있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시점은 2013년 전후다. 복제약 중심으로 다른 제약사처럼 평범하게 사업을 전개하다 이 시기부터 신약개발에 회사역량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부광약품은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투자에 나서 7건의 국내외 바이오벤처 투자를 통해 2300억원이 넘는 수익을 거뒀다. 지난해 이 회사가 올린 영업이익(351억원)의 7배 가까운 규모다. 부광약품은 투자를 통해 수익은 물론 신약개발에 필요한 연관기술을 확보하면서 신약 파이프라인을 풍성하게 만드는 기틀을 마련한 셈이다.
|
바이오벤처 투자에 대한 성과가 가사화되고,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이 원활하게 돌아가면서 얼마전부터 부광약품의 실적도 급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매출(1942억원)은 전년비 28.8%, 영업이익(351억원)은 337.4%가 각각 늘어나면서 사상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는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매출 2000억원 돌파는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부광약품이 신약개발 실패 확률과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신약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기 위해 구사하는 독특한 전략도 국내 제약업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있다.
단연 돋보이는 부광약품의 신약개발 전략으로는 신속한 개념증명시험(POC)이 꼽힌다. POC는 임상시험에서 실제적으로 가장 까다로운 것으로 평가되는 임상2상에 들어가기 전 임상2상의 성공확률을 미리 확인해보기 위한 일종의 간이시험이다.
POC를 통해 신약후보물질이 사람에게 효과가 있는지 빠르게 확인하고 데이터가 긍정적으로 나오면 본격적 임상에 들어간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POC를 진행해 임상2상에 대한 전망이 긍정적으로 나올경우 임상1상과 임상2상을 함께 벌이게 된다”며 “기존보다 시간과 비용을 절반으로 줄일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부광약품은 파킨슨병 치료제와 관련된 이상운동증 치료제를 독일에서 1상을, 남아프라카공화국에서 POC를 동시에 진행해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했다.
부광약품이 글로벌 제약사들이 대거 몰려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보다는 경쟁약품이 거의 없는 ‘블루오션’에만 집중해 신약을 개발하는 전략도 돋보인다. 경쟁사가 거의 없는 희귀의약품이나 전혀 다른 기전의 약물을 개발하는 식이다.
부광약품이 주력으로 개발하고 있는 파킨슨병 치료제가 대표적이다. 파킨슨병 치료제는 아직 글로벌 제약업계에서 개발을 하지못한 케이스다.
부광약품이 작은 규모의 영업조직으로도 직접 판매가 가능한 중추신경계나 항암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체적으로 직접 판매를 할수 있는 약품은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제품력으로 작은 회사라는 단점을 극복할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유대표는 “중견제약사가 신약개발에 성공하려면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할수 있는 최적의 전략이 필수적”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신약개발의 성공확률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패할 여지가 큰 신약후보는 과감하게 선제적으로 도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