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즉생 생즉사' 쿠팡, 적자폭도 거래액도 사상 최대

함지현 기자I 2019.04.15 14:45:57

작년 매출 4조4227억원으로 65%↑…적자 처음 1조 넘겨
'격동기' 이커머스 업계 1위 차지하기 위한 선제적 투자
물류·배송 중심 새로운 경험 제공…"공격적 투자 지속"

(사진=쿠팡)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쿠팡이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액과 영업 적자를 동시에 기록했다. 국내외 굴지의 플레이어들이 참여하며 ‘격동기’를 맞이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단행된 대규모 투자가 반영된 결과다.

15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4조4227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국내 이커머스 사상 최대 규모다.

전년도 매출액이 2조6846만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성장률이 65%에 달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지난해 온라인 유통 업체 평균 성장률 15.9%보다 무려 4배가량 높은 성장세다.

같은 기간 티몬과 위메프의 매출액이 각각 4972억원(40%↑), 4294억원(9.2%↓)임을 감안하면 약 열 배에 달하는 외형을 지닌 셈이다.

쿠팡은 기록적인 매출액을 올린 동시에 적자폭도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겼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전년대비 71.7%가량 늘어난 1조970억원이다.

‘출혈’을 지양하고 ‘지혈’에 나선 티몬·위메프와 배치되는 성적이다. 같은 기간 티몬은 1254억원으로 적자폭이 7% 늘어나는데 그쳤고, 위메프는 전년대비 6.4% 줄어든 39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쿠팡이 이처럼 극단적인 성적표를 받아든 것은 대규모 적자를 불사한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압도적인 업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전략 때문이다.

최근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신세계와 롯데 등 유통 대기업의 참여는 물론, 70%대의 검색 점유율을 지닌 네이버까지 모바일 기본 화면을 쇼핑 위주로 개편하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아마존,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도 호시탐탐 국내 진출을 노리고 있다. 국내 온라인서점 시장에 우회 진출한 경험이 있는 아마존은 한국어 서비스를 지원하고 나섰으며, LG전자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선탑재하기도 했다. 구글은 좀 더 본격적으로 11번가, CJ, 신세계, GS 등과 제휴를 맺고 구글 쇼핑을 운영 중이다.

(사진=쿠팡)
업계에서는 이 많은 플레이어들이 모두 성장하면서 자리 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수년 내에 미국의 아마존과 중국의 알리바바처럼 압도적인 1위 업체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란 관측이다.

쿠팡은 이 같은 시장 지배력을 지닌 1위 업체로 발돋움하기 위해 다양한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다. 핵심은 남들과 차별화된 ‘물류 서비스’다.

이를 위해 지난해 전국 12개 지역의 물류센터를 24개로 늘렸다. 122만3140㎡(37만평), 축구장 167개 넓이의 물류 인프라는 자정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배송되는 익일 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의 핵심 시설이다. 물류센터 운영과 배송 등에 2만4000여명을 직간접 고용하면서 인건비로 9866억원을 지출했다.

로켓배송의 상품 품목 수도 2014년 5만8000종에서 지난해 500만 종으로 늘어났다. 대형마트의 상품 품목 수가 약 5만 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약 100배 더 많은 수준이다. 이렇게 다양한 상품을 자정까지 주문하면 1년 365일 다음날 배송해 주고 있다.

고객에게 새로운 배송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실험도 이어졌다. 자정까지 주문한 신선식품을 오전 7시 전에 배송해 주는 로켓프레시는 론칭 12주 만에 전국 대부분 지역으로 확대됐으며, 와우배송을 통해 200만 종 이상의 상품을 새벽 배송과 당일 배송으로 전달한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우리는 고객을 감동시키기 위해 어느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막대한 투자를 진행해 왔다”며 “쿠팡은 앞으로도 고객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하게 될 때까지 고객 감동을 위한 기술과 인프라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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