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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새누리당 쇄신파가 ‘대안’이 아닌 ‘주류’로 부상할 수 있을까. 지난 10여년간 여권 쇄신파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남경필(49) 의원과 원희룡(50) 전 의원, 정병국(56) 의원 등 이른바 ‘남·원·정’이 이번 6·4 지방선거에 동시에 출격한다. 19대 국회 들어 친박(친박근혜)에 밀려 존재감이 사라졌던 이들이 친박·친이의 틈바구니에서 제3의 세력으로 부활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동시 출격하는 與 남경필·원희룡·정병국
원 전 의원은 오는 16일 6·4 지방선거 제주도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하기로 했다. 원 전 의원 측은 “오는 16일 오후 2시 제주시 관덕정 앞에서 출마선언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의 출마는 이날 새누리당이 제주도지사 후보의 경우 ‘100% 여론조사’를 통해 선출하기로 확정했기 때문이다. 상향식 공천의 원칙인 ‘2:3:3:2 방식(대의원 20% 당원 30% 국민선거인단 30% 여론조사 20%)’에서 제주만 예외로 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또다른 후보군인 우근민 제주도지사가 지난해 11월 입당하면서 1만7000여명의 당원을 끌고왔다는 점에서, 원칙만 고수할 경우 실제 경선은 불공정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원 전 의원에게는 호재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원 전 의원은 앞서 나란히 경기도지사에 출사표를 던진 남 의원, 정 의원과 함께 지난 2000년 이후 10여년간 여권내 쇄신파의 상징으로 불렸다. 이들 남·원·정은 30~40대의 젊은 나이로 16·17·18대 국회 당시 미래연대·새정치수요모임·민본21 등 당내 개혁모임을 주도해왔다. 2004년에는 최병렬 당시 대표를 끌어내렸을 정도로 세가 강했다.
원 전 의원은 3선을 하는 동안 당 최고위원·사무총장 등을, 남 의원은 5선을 하는 동안 당 최고위원·원내수석부대표 등을 거치면서 정치적 무게감을 키웠다. 4선의 정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당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하지만 이들은 독자적인 주류세력으로는 발돋움하지 못했고, 19대 들어서는 친박에 밀려 세가 꺾여버렸다. 친박·친이 등 주요계파에 밀려 제3의 세력으로 성장하는데 실패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기회주의적이다” “희생이 부족하다” 등의 비판도 적지 않았다. 여권에서는 어느덧 50세 안팎의 3~5선의 중진이 된 이들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친박계 일색 여권 역학구도 변화 올까
남·원·정 외에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권영진(52) 전 의원도 미래연대와 민본21 출신의 대표적인 소장파로 분류된다. 부산시장에 도전하는 박민식(49) 의원도 여권의 대표적인 쇄신파 일원으로 통한다. 여권 내부 개혁성향의 소장파 인사들이 일제히 지방권력을 향해 뛰고있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친박 일색의 여권 역학구도에 쇄신파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기류가 감지된다. 이번 지방선거 성적표에 따라 쇄신파 인사들이 친박에 눌린 당내 개혁성향의 초·재선들을 아우르는 구심점으로 작용할 경우 당내 상당한 기류변화도 전망된다. 원 전 의원과 남 의원의 출마를 권유했던 당내 친박들이 지방선거에서 오히려 이들에게 역풍을 맞을 수 있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쇄신파들이 그간 이리저리 눈치를 봤던 것은 있지만 젊은 나이에 여권이라는 단단한 조직에 꾸준히 문제제기를 해왔던 것만으로도 일정부분 인정해줘야 한다”면서 “승부수를 던진 이번 선거에서 선전한다면 친박·친이 일색의 구도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