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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주니어가 카메라 앵글 중앙에 잡힌 모습은 그가 아버지의 정치 행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이자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의 잠재적 계승자가 됐다는 걸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니어 트럼프는 이미 차기 백악관 인선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자신의 절친인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이 아버지의 대선 러닝 메이트가 되는 데 설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주니어는 대선 선거 당일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앵커와 인터뷰에서 “나는 내 정치적 자본의 1만%를 쏟아부었다.아버지에게 어떤 보답을 받을 수 있다면 아마 2076년쯤이 될 것”이라며 자신의 노력을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승리를 확정 짓고 진행 중인 내각 인선에서도 그는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국가정보국(DNI) 국장으로 지명한 툴시 개버드 전 민주당 하원의원과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지명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는 트럼프 주니어가 지지한 인물들이다.
또 다른 측근인 세르지오 고르도 인사국 국장으로 내정했다. 고르는 트럼프 주니어와 출판사 ‘위닝팀 퍼블리싱’ 공동설립자로, 트럼프 지지 정치행동위원회 라이트포아메리카에서도 일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트럼프 1기와 마찬가지로 행정부에 합류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외부에서 행정부에 영향력 있는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의사를 측근들에게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트럼프 당선인의 스타일은 직설적이고, 섬세하지 않으며, 공격적인데, 이러한 특징은 그의 아들에게도 고스란히 나타난다”며 “트럼프 주니어는 종종 아버지보다 더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며, 기존 정부 관행을 방해하려는 주장, 문화 전쟁에 열정적으로 뛰어드는 모습, 그리고 온라인에서 조롱을 즐기는 태도에서 그 특징이 잘 드러난다”고 평가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트럼프 주니어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스콧 제닝스 공화당 정치 전략가는 “트럼프 주니어는 공화당의 태도를 가장 잘 구현한 인물”이라며 “트럼프 주니어의 태도와 소통 방식은 그를 평범한 정치인처럼 보이지 않게 만들며 이게 바로 그가 가진 매력의 일부”라고 말했다.
막강한 온라인 영향력과 함께 MAGA 신봉자들이 관심을 갖는 문화적 이슈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점도 독자적인 정치 세력을 구축하는 데 발판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주니어는 1300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거느린 X에선 느낌표와 이모티콘을 활용해 소통하고, 인스타그램에선 보수적인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을 자주 게시한다.
또 폭스뉴스 같은 기성 언론 매체 뿐만 아니라 젊은 보수주의자들 사이에서 영향력 있는 여러 팟캐스트에 출연하고 있으며, 일주일에 두 번 자신의 팟캐스트도 진행한다. 대선 선거운동 기간에는 젊은 남성층 공략을 위해 아버지의 팟캐스트 출연을 독려하기도 했다.
이밖에 그는 트럼프 그룹의 주요 가족 기업에서 부사장을 맡고 있으며, 새로운 암호화폐 플랫폼을 출시했다. 또 최근에는 벤처 캐피탈기업 ‘1789캐피탈’에도 합류한다고 밝혔다. 1789캐피탈은 반(反)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안티 워키즘(Wokism·독선적 올바름 추구)을 내세워 투자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