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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진정 사건은 한국의 H군과 필리핀 A시가 맺은 지자체 간 업무협약(MOU)에서 시작됐다. 인권위 조사 결과 두 지자체 사이에 인력 중개업자 J씨가 있었으며, J씨가 외국인 근로자들의 여권을 빼앗거나 임금을 착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H군은 J씨를 통해 필리핀 등 외국 지자체와 계절 근로자 송출입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법무부의 계절 근로자 프로그램 지침에 따르면 이 같은 행위는 중대한 위반 사항이다. H군은 주요 업무를 모두 J씨를 통해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A시는 J씨에게 권한을 위임한 적 없다고 답했다.
또 J씨는 A시 시청에서 계절근로 홍보 행사를 열고 피해자들을 모았다. 이후 J씨는 한국에 온 피해자들에게 여권을 소지하지 못하도록 하고 한국 통장을 개설한 뒤 월 75만원 씩 자신에게 이체되도록 설정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외에도 인권위는 실태 조사를 벌여 H군에서 임금착취 49건, 통장압수 7건, 근무처 변경허가 위반 1건, 임금체불 1건, 폭행(폭언) 1건이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인권위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 전반의 문제를 확인하고 관계 기관에 개선을 권고했다. 국무총리에게는 이 제도를 운영하는 주무부처를 조정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도록 하고, 민간 중개업자 개입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제도의 공공성을 강화하도록 촉구했다.
법무부장관에게는 계절근로자의 노동권 등 인권 보호를 위해 구체적 지침을 마련할 것을 당부했다. H군수와 광역지자체장에게는 인권 상황을 정기적으로 조사해 조치 사항을 공개하고 사업을 직접 수행할 수 있도록 인력 보강 등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인권위는 “H군의 사례와 같이 중개업자가 각 지자체의 계절근로자 제도 운영에 깊이 관여해 이들에 대한 인신매매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을 엄중히 바라본다”며 “정부와 지자체, 관계 기관이 보다 긴밀히 협력해 인권침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