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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성적 지향은 선택이 아닌 타고난 본성으로 이를 근거로 성격·감정·능력·행위 등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모든 영역의 평가에 있어 차별받을 이유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며 “기존의 차별들은 국제사회에서 점차 사라져가고 있으며 남아 있는 차별들도 언젠가는 폐지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 역시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을 전형적인 평등권 침해 차별행위 유형 중 하나로 열거하는 등 ‘사법적 관계’에서조차도 성적 지향이 차별의 이유가 될 수 없음을 명백히 하고 있다”며 “사회보장제도를 포함한 ‘공법적 관계’를 규율하는 영역에서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누구나 어떤 면에서는 소수자일 수 있다”며 “소수자에 속한다는 것은 다수자와 다르다는 것일 뿐, 그 자체로 틀리거나 잘못된 것일 수 없다”고 전했다.
끝으로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일수록 소수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과 이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는 인권 최후의 보루인 법원의 가장 큰 책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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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결혼한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린 뒤 건보공단에 사실혼 배우자 피부양자 자격 인정 여부를 문의했고, 건보공단 측으로부터 2020년 2월 ‘인정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들은 문의 당시부터 동성부부 사실혼 관계라는 사실을 명시했고, 건보공단 측의 답변과 안내에 따라 피부양자 관계를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동성 사실혼 부부에 대한 피부양자 자격 인정이 김씨·소씨 부부의 언론 인터뷰로 알려지자 건보공단은 “동성 사실혼 부부 인정은 업무 처리 착오였다”고 전화로 통보했다. 이후 피부양자로 인정됐던 소씨의 자격은 취소됐고 건보공단은 소씨를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 전환해 건강보험료를 청구했다.
이에 김씨·소씨 부부는 건보공단을 상대로 2021년 2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심 재판부는 “현행법 체계상 동성인 두 사람의 관계를 사실혼 관계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김씨를 국민건강보험법상 피부양자 관계로 판단했다. 다만 현행법상 혼인신고가 불가능한 동성 부부의 사실혼 지위는 인정하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두 사람에 대해 “동성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사실혼과 같은 생활공동체 관계에 있는 사람의 집단”이라며 “사실혼 배우자 집단과 동성 결합 상대방 집단은 이성인지 동성인지만 달리할 뿐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행정청인 피고가 이성 관계인 사실혼 배우자 집단에 대해서만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고, 동성 관계인 동성 결합 상대방 집단에 대해서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대우”라며 건보공단의 처분이 잘못됐다고 밝혔다.
건보공단 측은 “아직 판결문을 확인하지 못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면서도 “일단 대법원까지 지켜보려고 한다”며 상고 의사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