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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싫어하던 머스크, 이젠 찬성?…입장바꾼 이유는

고준혁 기자I 2022.03.04 17:52:30

머스크 "노동자 잘 해주지 않으면 떠날 것"
''노동력 부족 현상'' 고려한 판단으로 해석
바이든 정부의 관련법 추진도 고려한 듯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사내노조 조직 결성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평소 UAW와 대립각을 세워온 머스크 CEO가 노조 설립을 막지 않겠단 뜻을 내비친 것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진=AFP)
3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트위터를 통해 “우리의 진짜 도전 과제는 베이 에어리어의 마이너스(-) 실업률이고, 우리가 (훌륭한) 인재들을 잘 대해주지 않고 합당한 보상을 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다른 일자리에서 제안을 받고 떠나게 될 것”이라면서 “나는 노동조합 결성 투표를 하려는 UAW를 초대할 것이고, 테슬라는 그들을 막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 에어리어 근처 캘리포니아 프리몬트에는 테슬라 전기차 공장이 운영되고 있다.

머스크가 베이 에어리어의 실업률이 마이너스라고 표현한 대목은 미국에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노동자들의 일자리 이탈 현상을 가리킨 것으로 해석된다. 기업들이 노동자를 더 고용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을 빗대 실업률이 제로(0)를 넘은 마이너스라고 한 셈이다. CNBC는 프리몬트의 실제 실업률은 작년 12월 기준 3.1%라고 짚었다.

그간 노조 설립에 반대한 머스크 CEO가 노조 설립을 막지 않겠다고 한 것도,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노동력 부족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테슬라는 몇 년 전 프리몬트 공장에서 일부 직원이 UAW의 지원을 받아 노조 조직화에 나섰을 때 이를 방해한 혐의로 노동관계위원회(NLRB)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테슬라는 NLRB 결정에 항의했다.

머스크 CEO는 여전히 UAW를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다. 이번 주 트위터에 훗날 테슬라 공장이 되는 누미(NUMMI)에서 직원들이 UAW 측과 갈등을 빚는 비디오를 올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테슬라에서 일하는 이전 UAW 회원들이 UAW의 열렬한 팬이 아닌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적었다.

머스크 CEO가 UAW의 테슬라 노조 조직 개입에 유연한 태도로 바뀐 또 한가지 이유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친(親)노조 성향이 워낙 강한데다, 노조에 힘을 싣는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상황도 고려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노조를 와해하고 임금 지급을 꺼리는 등의 고용주를 처벌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노조할 권리 보호법’(Pro Act)을 발의하고 국회에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그는 지난 1일 의회 국정연설에서도 “대다수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길 원할 때 노동조합을 중단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머스크 CEO는 바이든 대통령에도 적대적인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국정연설 때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에서 더 많은 전기차를 생산하고 노동자를 고용하겠다고 밝힌 GM과 포드를 칭찬하자, 머스크 CEO는 트위터에 “테슬라는 전기 자동차를 만드는 미국에서 5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GM과 포드를 합친 두 배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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