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스터디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이날은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신규확진자가 3만명대까지 늘어남에 따라 방역당국에서 독서실, 스터디카페 등에 2㎡당 1명씩 앉거나 ‘한 칸 띄어 앉기’를 하란 새로운 방역체계를 도입, 시행한 날이다. 하지만 스터디카페 내부엔 이미 칸막이가 배치돼 있었고, 오픈형 책상은 ‘띄어 앉기’가 표시돼 있었다. A씨는 “작년 코로나19 확산세가 발생했을 때부터 실시했던 것이라 큰 변화나 혼란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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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날부터 방역관리 강화방안을 시행해 학원과 독서실, 스터디카페 자리에 칸막이가 없으면 반드시 띄어 앉아야 하고, 백화점과 마트 등에서는 시식과 판촉 행위를 할 수 없게 했다. 지난달 18일부터 방역패스 적용 시설에서 제외된 곳들에 대한 조치이나, 당장 현장에서 혼란은 없었다. 오히려 이미 시행하고 있던 방역관리책을 ‘방역 강화’로 포장했다는 비난이 업계 관계자들에서 나왔다.
이데일리 취재진이 이날 서울 주요 지역의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를 돌아본 결과 대부분 칸막이가 설치돼 있었고, 오픈형 책상은 띄어 앉기를 시행하고 있었다. 일부는 아예 좌석 구매를 막아놔 붙어서 앉을 수도 없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스터디카페 관계자는 “제도 시행으로 혼란이나 큰 변화는 없다”며 “오늘부터 실시한 것은 아니고 코로나 확산세가 있을 때부터 실시했던 매장 자체 지침”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독서실 관계자는 “수험생이다 보니 예민해서 (손님들이) 애초에 방역이 허술한 독서실이나 스터디카페를 찾지 않는다”고 했다.
이용객들도 큰 불편과 혼란을 겪는 상황은 아니다. 스터디카페를 찾은 강모(16)씨는 “원래부터 띄어 앉기를 해서 바뀐 줄도 몰랐다”며 “굳이 대대적으로 홍보할 방역지침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김모(27)씨도 “특별할 것도 없는 방역지침을 강화랍시고 내세운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학원가도 상황은 비슷했다. 노량진에 있는 대부분 학원은 이미 수 개월 전부터 띄어 앉기 방식이나 칸막이 등으로 방역 관리를 해왔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노량진의 한 경찰 학원에선 100여 명의 학생들이 전부 띄어 앉기를 한 채 수업을 듣고 있었다. 이 학원 관계자는 “거리를 두고 앉는 건 이전부터 해오고 있던 것”이라며 “따로 준비할 게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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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해오던 것” 혼란 없어…‘뒷북 방역’ 비판도
판촉 등 호객행위와 매장 내 취식이 금지된 마트와 백화점 등에서도 큰 변화는 없다는 반응이 많다.
서울 은평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근무하는 판촉 홍보 담당자 B씨는 “시식행사는 안 한 지 1년이 넘은 것 같다”며 “예전에 코로나19가 심한데 큰 소리로 호객해도 되느냐는 민원이 들어와 매장 차원에서 자제한 지도 좀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매장 관계자도 “손님들에게 눈인사하고 문의가 들어오면 응대하는 게 끝”이라며 “시식은 몇개월 째 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트 이용자들도 크게 불편함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대형마트를 찾은 김모(51)씨는 “지금 상황에서는 안 하는 것이 맞고, 위험 요소는 아예 차단하는 것이 낫다”며 “신제품보다는 사던 제품만 사더라도 크게 불편한 점이 없으니 판촉이나 시식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밝혔다. 이모(53)씨 역시 “시식하려면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데 감염 우려가 크지 않느냐”며 “아쉽긴 해도 코로나가 잠잠해질 때까지 참아야 한다”고 했다.
업계에서도 당황스러울 것 없다는 입장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작년 거리두기 단계 강화 때부터 대형마트 대부분이 시식 금지 등을 해왔다”며 “판촉 등 홍보도 자체적으로 자제하는 등 원래 해오던 것이라 크게 영향이 없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번 방역관리 강화 지침이 ‘뒷북’이란 목소리는 그래서 나온다. 최부금 전국독서실스터디카페연합회 대표는 “칸막이나 띄어 앉기는 업계 대부분이 벌써 1년 넘게 해와 새로울 게 없다”며 “이번 방역지침은 정부가 우리 업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미 예전부터 시행해왔던 방역지침을 ‘방역 강화’로 대대적으로 말하니 뒷북이나 다름없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