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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혁 한기평 연구원은 “두산중공업의 등급 상향 여지가 있는지에 대해 검토해 볼 생각”이라며 “특별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고, 신평사에서 요구하는 등급 상향 조건에 맞는다면 한 노치 올라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 전망은 NICE신용평가가 지난 3일 가장 먼저 조정했다. 신용등급 불확실 검토(◆) 등급감시 대상에서 제외하고 ‘안정적’으로 상향했다. 이후 7일 한국신용평가가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조정했다.
신용평가 3사는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비롯해 대규모 유상증자(2020년 12월 1조2000억원)와 두산퓨얼셀 지분 수증(증여를 받음), 두산인프라코어(현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매각 등의 자구안을 이행함에 따라 영업 수익성과 재무구조 개선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이로 인해 2019년 말 230.2%까지 증가했던 부채비율이 2021년 9월 말 149.5%로 개선됐다. 지난 9월 말 기준 총차입금 규모는 5조5000억원으로 늘었으나 이는 주로 두산인프라코어 투자부문 흡수합병에 따른 차입금 증가(약 1조원)로 인한 것이며, 두산밥캣 지분(51%) 등 관계사 지분 확보를 감안할 때 실질적인 차입금 부담은 완화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지난달 26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2022년 2월 18일 납입), 차입금(7000억원)을 감축하고 신규투자 자금을 확보할 계획인 점을 긍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최재호 나신평 연구원은 “유상증자가 원활히 이뤄질 경우 대규모 차입금 감축 등으로 재무 안정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도 두산중공업의 유상증자 계획을 긍정적으로 봤다. 무디스는 지난달 30일 “두산중공업이 이번에 발표한 유상증자 계획은 현재까지로서는 최대 규모의 자구조치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무디스는 또 “향후 12개월간 두산중공업의 유동성은 단기적으로 만기도래하는 대규모 차입금 대비 충분치 못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나, 두산중공업의 실적(두산밥캣의 실적 포함)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과 두산중공업에 대한 국내 국책은행들의 지속적인 지원은 이러한 리스크를 완화하는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두산그룹 자구안의 사실상 마지막 퍼즐로 꼽혔던 두산건설 경영권 매각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지난달 19일 두산중공업은 이사회를 열고 국내 사모펀드(PEF) 큐캐피탈파트너스 등을 최대주주로 둔 투자목적회사 ‘더제니스홀딩스 유한회사’에 두산건설 경영권을 넘긴다고 결정했다. 더제니스홀딩스는 두산건설이 실시하는 제3자배정 방식의 유상증자에 2500억원 규모로 참여해 두산건설 발행주식총수 54%를 확보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두산건설을 떼어냈다는 것은 두산중공업이 더이상 돈 들어갈 곳이 없다는 것”이라며 “또 대규모 유상증자는 부채비율을 낮추고 재무 안정성을 높이기 때문에 신평사에서 긍정적 신호로 보고 등급 전망을 상향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기평이 긍정적 검토를 붙인 만큼 두산중공업이 ‘BBB0’로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