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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접종 개시에 자신감을 얻은 문재인 대통령은 내친 김에 지난 1일 3·1절 기념식에서 “코로나와의 기나긴 싸움도 이제 끝이 보이고 있다”며 “11월까지 집단 면역을 이룰 것”이라고 강조하고 나서는 모습이다.
코로나19 백신물량 확보를 둘러싸고 그간 논란이 많았지만 어찌됐든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백신접종이 시작된 것은 천만다행이다. 문대통령의 바람대로 전국민 백신접종에 힘입어 어쩌면 올해 안에 코로나19 대유행병이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전국민 백신접종은 코로나 전염병을 소멸시킬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수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못할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가 백신접종에 만족, 안주하면서 정작 큰 그림을 놓치고 있다는 우려가 앞선다. 이번 백신접종으로 코로나 유행병을 퇴치하는 것은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 해결책이 될수가 없어서다.
지금의 대유행병이 사라진다 해도 우리를 찾아올 제2, 제3의 전염병은 숙명처럼 예정돼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요컨대 작금의 코로나19는 앞으로 연이어 벌어질 수많은 전염병과의 전쟁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얘기다.
향후 빈발할 대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백신주권’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백신주권이 없이는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보듯이 우리 자체적으로 신속하게 전염병을 진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실제 이번 한국의 백신접종은 백신주권을 확보한 중국, 러시아, 영국, 미국에 비해 두달 가량 뒤늦게 시작됐다.
이번에 우리 정부는 접종에 필요한 코로나19 백신을 다른 나라들에서 구하느라 동분서주하면서 백신주권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다시 한번 확인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백신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실효성있는 정부정책은 아직까지도 찾아볼수가 없다는 현실은 절망스럽다.
무엇보다 백신주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백신개발업체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어떠한 정부 정책도 무용지물일 뿐이라는게 업계 및 전문가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가 올해 내놓은 코로나19 백신 지원정책을 들여다보면 백신주권은 여전히 언감생심이라는 판단이다.
정부가 올해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책정한 예산은 1528억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지난해(1125억원)에 비해 400여억원 늘어났다. 치료제는 차치하고 백신하나 개발하려면 최소 수조원이 들어간다. 백신을 개발하는 업체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정부예산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현재 국내 업체들은 모두 6가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치료제도 15가지를 개발하고 있다. 가장 될성부른 백신 개발업체 1~2곳에 책정된 정부예산을 집중한다 하더라도 백신상용화까지 필요한 자금에는 턱없이 못미치는 지원 금액이다.
결국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업체들은 상용화에 성공하려면 개발비용 수조원을 자체적으로 집행할수 있는 여력이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 제약사 가운데 이 천문학적 금액을 확보하고 있는 곳은 전무하다. 정부의 코로나19 지원대책은 사실상 “백신주권을 포기하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지금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제약사들은 향후 임상시험의 결과가 좋게 나와 기술수출을 하거나, 다국적 제약사를 파트너사로 공동 상용화에 나서는 게 유일한 대안이라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