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지난 4일에 시작한 포자 검증 결과가 이르면 이번주 나온다. 포자란 미생물이 번식하기 위해 내뿜는 물질이다. 포자 검증은 이런 포자를 양측의 보톡스 제품 원료인 보툴리눔 톡신(균)이 형성하는지 확인하는 시험이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 균 정보를 훔쳤다고 주장하고 있고 대웅제약은 국내 토양에서 균을 추출했다고 맞서고 있다.
메디톡스는 지난 2017년 10월 서울중앙지법에 대웅제약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금지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양측에 포자 검증을 중재했고 양측이 수용해 검증이 진행중이다. 포자 검증은 1~2주가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홀A하이퍼’라는 메디톡스 균은 어떤 경우도 포자를 형성하지 않는다. 대웅제약 균이 포자를 형성하면 도용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반대라면 메디톡스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문제는 양측이 포자검증에 합의했다고 해도 여전히 신뢰하는 조사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다. 대웅제약은 포자검증을, 메디톡스는 염기서열분석을 주장한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포자검증으로 끝난다고 하지만 그게 아니다”며 “사람의 DNA분석에 해당하는 염기서열분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메디톡스는 염기서열분석을 줄곧 요구해왔다. 반면 대웅제약은 염기서열분석이 도용의 최종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균주와 관련해 몇%까지 일치해야 동일하다는 염기서열분석 국제기준이 없다”며 “염기서열분석 결과가 나와도 논란은 남는다”고 맞섰다.
해외 소송에서도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메디톡스는 보톡스 후발업체 대웅제약이 세계 최대 미국 보톡스 시장에 먼저 진출하자 지난 1월 미국 제약사 엘러간과 함께 대웅제약을 균 도용 혐의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다. ITC는 특허 및 영업비밀 침해 등을 다루는 기관이다. ITC는 지난 9일(현지시간) 메디톡스에 ‘대웅제약의 메디톡스 영업비밀 침해내용’을 구체화하라고 지시했다. 양측은 이를 두고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고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ITC가 우리 요구대로 보완 요구를 한 것은 메디톡스 이전 제출 자료이 미흡하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반면 메디톡스는 “제소한 영업비밀 및 침해행위 중 영업비밀은 충분히 소명됐음을 확인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웅제약은 ITC가 언급한 보완 사항(침해된 영업비밀 내용)을, 메디톡스는 언급하지 않은 사항(영업비밀 내용)만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ITC소송은 통상 1년~1년6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소송이 진전을 보이고 있는 거 같지만 양측이 외부 기관의 결과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의문”이라며 “다툼이 장기화될 수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