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지난해말 기업공개(IPO) 시장 한파에도 투자자와 약속을 지키려고 상장한 휴젤에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동종 업체보다 저평가 상태인데다 미국내 임상을 순조롭게 진행하면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 덕분이다.
26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휴젤 주가는 지난해 12월24일 상장한 지 한달 만에 공모가 15만원대비 56.7%나 올랐다. 상장 첫날 시초가 19만9500원과 비교해도 17.8%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는 0.5% 하락했다. 이 기간 외국인 보유 지분율은 0.66%에서 0.94%로 소폭 상승했다.
휴젤은 보툴리눔 독소(Botulinum toxin)를 활용한 바이오 의약품을 개발하는 업체다. 지난해 말 상장을 진행하면서 애초 최소 19만원 이상 공모가를 확정하려 했지만 공모 시장이 급격히 얼어 붙은 탓에 기관 수요 예측이 기대치에 못 미쳤다. 그러나 휴젤 경영진은 공모가를 15만원으로 낮추고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를 강행했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주주 가치 제고와 기업 신뢰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상장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휴젤이 생산하는 보툴리눔 독소는 주름치료제로 널리 알려진 보톡스의 주요 원료다. 휴젤은 눈가나 미간의 주름을 없애는 효과가 있는 ‘보툴렉스’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국내 보톡스 시장 내 지난해 휴젤의 점유율은 약 35%인 것으로 추정했다. 휴젤은 이미 태국, 콜롬비아, 인도, 우크라이나, 베트남 등 19개국에서 보툴렉스를 판매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러시아와 브라질에서 허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휴젤 주가 상승을 이끄는 직접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보툴렉스의 미간 주름 치료에 대한 임상 3상을 허가받은 사실이다. 여의도 증권가는 휴젤이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과 중국에서도 임상을 진행해 시장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호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는 2019년부터 보툴렉스를 미국, 유럽, 중국 시장에서 출시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보툴리눔 톡신 가치만 1840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임상비용은 전액 전략적 파트너인 크로마파마가 부담한다. 다국적 안과·미용 전문업체 크로마파마 110개국에 유통망을 가지고 있고 14개 국가에 현지법인이 있다.
휴젤은 또 중국 최대 뇌혈관 의약품 제조업체와 보툴리눔 톡신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 파트너는 오는 2019년 보툴리눔 톡신을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휴젤은 또 중국에서 성형외과 체인 사업을 하는 홍콩 특수목적법인(SPC) 지분도 33% 보유하고 있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미용관련 시장규모는 4500억위안(한화 약 82조원) 이상”이라며 “성형외과와 휴젤의 시너지 효과가 있다면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