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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전날 2차 반도체 회의
11일 업계에 따르면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지나 러먼도 미국 상무장관이 오는 20일 글로벌 반도체·자동차 업체를 불러 반도체와 공급망 문제에 대해 화상회의를 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인텔, TSMC, 구글, 아마존, 제너럴 모터스(GM) 등 기업들이 초청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러먼도 장관은 초청장에서 “반도체와 공급망 문제를 둘러싸고 ‘열린 대화’를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반도체의 공급 업체와 소비자를 한 데 모으고 싶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반도체 정상회의에 참여한 많은 기업이 이번 회의에도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부연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삼성전자·TSMC 등 19개 기업들과 화상회의를 열고 미국 투자 확대를 요구한 바 있다.
재계에선 백악관이 아닌 미국 상무부가 이번 회의를 여는 만큼 지난번보다 더 구체적인 반도체 공급 계획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한다. 또 회의 이튿날인 21일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는 만큼, 반도체 회의 관련 내용이 정상회담에서 공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한·미 정상회담 전후로 미국 투자 계획을 확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내 공장 증설에 170억 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애리조나, 뉴욕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기존 공장이 있는 텍사스 오스틴이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꼽힌다.
이미 지난달 백악관 회의에 함께 참석한 반도체 업체인 대만 TSMC와 인텔은 미국의 요청에 즉각 화답하고 있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기존 계획인 1곳보다 5곳 더 늘린 총 6곳의 반도체 공장을 추가 건설키로 했다. 인텔은 백악관 회의 직후 6개월 안에 자체 생산설비를 활용해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커지는 사면론에 文 대통령 기류 변화
이처럼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총수 부재로 대규모 투자 등에 대한 의사 결정에 차질을 빚으면서 자칫 우리나라가 반도체 산업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재계에선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5단체가 지난달 26일 이 부회장 사면 건의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더욱이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오는 13일 국회를 방문해 박병석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를 만날 예정인 가운데, 최 회장이 이 부회장의 사면과 관련해 협조를 요청할지도 관심이 쏠린다.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이 부회장의 사면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국내 7대 종교 지도자들의 모임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종지협)도 이 부회장의 특별사면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이 외에도 오규석 부산 기장군수가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 부회장 사면을 요청하는 세 번째 호소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각계 사면 요구가 커지면서 문 대통령의 기류 변화도 감지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 후 기자회견에서 “반도체 경쟁이 세계적으로 격화되고 있어 우리도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더욱더 높여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국민들의 많은 의견을 충분히 듣고 판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청와대는 이 부회장의 사면에 대해 “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일주일 만에 기류에 변화가 생긴 셈이다.
‘8·15 사면’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이 부회장을 조기사면시켜 당장 2차 반도체 화상회의와 한·미 정상회담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는 19일 석가탄신일 사면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는 “한·미정상회담에 참여할 기업인 대표단에 그를 포함시켜 한국 정부의 친(親)기업 분위기와 경제활력 의지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당분간 미국 주도의 반도체 회의가 추가로 이뤄질 수도 있다는 점도 이러한 주장에 힘을 더한다. 지난달 백악관 화상 회의에서 TSMC와 인텔에선 각각 회사를 이끌고 있는 마크 리우 회장과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했는데, 삼성전자에선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이 참석했다. 오는 20일 회의에서도 최 사장의 참석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재계 관계자는 “공장 증설이나 기업 인수합병(M&A) 등 대규모 투자에 대한 의사 결정은 총수의 판단이 작용할 수 밖에 없다”며 “앞으로 3차, 4차 반도체 회의가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부재가 이어진다면 투자에도 지장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