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MD ‘그래픽IP’…AP·인공지능·자율주행 등 기술 혁신 마중물
삼성전자가 AMD와 기술 협력을 추진하기로 한 분야는 차세대 그래픽 프로세서 분야다. AMD는 최신 그래픽IP인 ‘RDNA(Radeon DNA)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모바일 기기와 응용제품에 활용할 수 있는 맞춤형 그래픽 설계자산을 제공하고, 삼성전자는 라이선스 비용과 로열티를 지불하게 된다. RDNA는 AMD의 그래픽 카드 브랜드인 ‘라데온’과 DNA를 합친 것으로 AMD가 최근 새롭게 내놓은 설계 아키텍처다.
삼성전자가 AMD의 최신 그래픽IP를 자사 SoC(시스템 온 칩) 기술과 접목할 경우 자체 GPU은 물론 차세대 모바일AP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분야에서는 고도의 반복 연산 처리가 필요한 ‘딥 러닝’과 ‘머신러닝’ 등에 GPU가 폭넓게 쓰이고 있다. 이 GPU와 모바일AP와 결합하면 인간의 뇌를 닮은 신경망처리장치(NPU)도 자체 기술로 개발, 활용할 수 있다. 이로인해 삼성전자는 폴더블폰인 ‘갤럭시폴드’를 통해 선보인 폼팩터(외형) 혁신과 더불어 스마트폰의 두뇌인 모바일AP까지 하드웨어 전반의 기술 혁신을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는 이번 전략적 제휴가 삼성전자의 신성장 동력인 자동차 전장(전자 장비) 부품 사업 성장에도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2021년 이후 상용화 될 자율주행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토대로 관련 제품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엑시노스(Exynos) 프로세서를 NPU로 발전시킨 차량용AP ‘엑시노스 오토’를 자율주행차의 두뇌로, 자체 이미지센서(빛을 전기 신호로 바꾸는 반도체) ‘아이소셀(ISOCELL)’을 자동차의 눈에 해당하는 전·후방 및 서라운드 카메라 등에 적용할 예정이다. 여기에 AMD 그래픽IP를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GPU를 결합하면 자율주행차가 5G(5세대이동통신)을 통해 송·수신한 정보를 더욱 빠르고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어, 자체 자율주행기술 완성 시기를 대폭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2위 CPU 업체 ‘AMD’…삼성전자 ‘파운드리’ 고객 될 수도
삼성전자가 대만 TSMC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도 AMD와의 협력이 기대되는 분야로 꼽힌다. 인텔에 이어 세계 2위 CPU 업체인 AMD는 그동안 대부분의 제품 물량을 글로벌파운드리를 통해 생산해왔다. 글로벌파운드리가 지난 2009년 AMD의 생산라인이 분사해 설립한 파운드리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글로벌파운드리가 지난해 7나노미터(nm·10억분의 1m) 공정 개발 포기를 선언한 이후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현재 AMD는 차세대 CPU 생산을 대만 TSMC에 맡기고 있지만 삼성전자와의 이번 전략적 제휴로 인해 7나노 이하 공정에선 삼성에 물량을 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7나노 이하 미세공정은 전 세계에서 삼성전자와 TSMC만이 EUV(극자외선) 기술 등을 통해 생산하고 있으며 5나노 공정도 두 회사가 올 들어 거의 동시에 개발을 마쳤다.
업계 한 관계자는 “AMD가 TSMC의 물량을 전부 삼성전자로 옮기지는 않겠지만 전략적 제휴 관계를 바탕으로 7나노 이하 미세공정에서 일부 생산을 맡길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