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을 찾은 이한울(57·서울 은평) 씨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탓에 추석선물 고르기가 까다롭지 않아졌냐는 질문에 “기자 양반도 어디 가서 ‘엄한 것’ 받고 다니지 마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매장에 와봤더니 오히려 살 것들이 더 많아진 것 같아 작년보다 (선물) 고르기는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 종류도 가격도 다각화...“살 거리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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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139480)가 오는 추석을 맞아 준비한 한우 선물세트는 역대 최대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가 지난 17일 종료된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 판매 매출을 분석한 결과, 한우 선물세트의 판매가 지난 추석 사전예약 매출보다 19.8% 늘어나며 역대 최대인 24억80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 18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본 행사에도 한우 선물세트의 매출은 지난 추석 대비 60.8% 증가하는 등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기존 최고 매출을 기록했던 2015년 추석 실적을 웃돌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마트가 지난해에 29만원에 판매했던 ‘한우갈비1+등급세트’를 24만~25만원 선으로 낮추는 등 주요 한우 선물세트 11종의 가격을 10%에서 최대 30%까지 인하한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오현준 이마트 한우 바이어는 “움츠러들었던 한우 선물세트 수요가 올 추석 평년 수준 이상으로 회복되고 있다”며 “매출 규모가 가장 큰 이번 주까지 추세가 이어지면 역대 최고 매출 달성도 기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홈플러스는 김영란법을 의식해 5만원 미만 가격대 선물세트 종류를 대폭 늘린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홈플러스가 올해 준비한 5만원 미만 가격대 선물세트는 총 251종이다. 지난해 추석(184종)과 비교해 약 36.4%(67종) 확대했다. 올해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 매출상위 품목 1~10위 가운데 2~8위가 모두 5만원대 미만 선물세트다. 매출 1위는 ‘LA식 꽃갈비 냉동세트’(8만3400원), 10위는 ‘농협 안심한우 정육갈비혼합 냉동세트’(12만6000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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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의 올해(9월11일~24일) 추석선물 세트판매 실적은 준수하다. 전년 추석 대비 매출신장률이 △축산 37.6% △청과 41.1% △수산 32.5% △건강 33.9%로 전 카테고리에 걸쳐 판매가 순풍을 타고 있다. 특히 김영란법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거라 예측됐던 프리미엄 상품군은 완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법성수라굴비세트(360만원)는 준비한 20세트가 모두 팔렸고, 9등급 한우로 구성한 ‘L-No.9세트’(130만원)도 매진됐다. ‘울릉칡소 명품세트’(95만원)는 200세트 중 180세트가 판매됐다. 현대백화점 역시 지난 15∼21일 추석 선물세트 본 판매 매출은 작년보다 61.3% 증가했다. 품목별 매출 증가율은 정육 82.1%, 수산 63.2%, 청과 62.1% 등으로 전 제품이 고루 팔려나갔다.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도 본 판매 매출이 41.4% 증가했다. 신세계의 추석 본 판매 행사 시작 이후 매출진도율(총 목표 매출 중 현재 판매된 매출 비중)은 25%로 작년(19%)보다 높다.
◇ 김영란법, 추석 선물시장에 악재 못 돼
현대경제연구원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한 선물 수요 감소 규모가 최소 0.0052%, 최대 0.86%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김영란법이 유통시장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와 달리, 선물 수요는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실제 일선 소비자들과 유통업계가 체감하는 김영란법의 영향도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에 비해 추석연휴가 길고 이에 따라 사전예약기간도 늘어난 영향이 매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상품의 구성도 프리미엄부터 실속형까지 다각화시킨 것도 주효했다. 김영란법과 별개로 우리나라에 가족이나 이웃끼리 선물을 주고받는 문화가 뿌리 깊게 남아있어, 추석 선물시장만큼은 호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