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의 중심에 있는 스타트업 육성사업 팁스(TIPS·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의 갑질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스타트업 투자 전반에 찬물을 끼얹는 형국이다.
팁스는 엔젤투자사 등 민간투자자가 스타트업에 1억원을 투자하면 정부가 기술개발(5억원) 및 사업화(4억원) 자금으로 최대 9억원을 지원해주는 창업 지원사업이다. 지금까지 58개 기업이 지원했으며 지난 1월 현재 누적 지원금은 588억원에 달한다. 현재는 158개 창업팀이 더벤처스를 포함한 21개 팁스 운영사와 연계해 지원을 받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60% 증가한 47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팁스의 가장 큰 특징은 민간투자주도형 사업이라는 점이다. 중기청은 팁스 운영사의 지분율을 40% 이하, 투자 금액의 2배 이내로만 제한할 뿐 기업가치 산정 등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팁스 운영사가 기업 가치를 자의대로 조정하거나 높은 지분을 요구할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 때문에 일부 팁스 운영사가 ‘갑질’을 할 여지가 있다는 데 있다. 벤처캐피탈업계 관계자는 “운영사가 기업가치를 산정함에 있어서 투자자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높은 지분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심지어는 기업가치를 낮춰 지분을 높이는 일도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팁스 운영사가 우월적 지위와 정부의 감시가 허술하다는 점을 이용해 스타트업의 지분을 가로챈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호 대표가 스타트업 회사 5곳에 ‘투자를 해줄 테니 정부 보조금 상당의 지분을 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 등을 확보했다”며 “정부 보조금을 자신들의 돈 마냥 지분에 반영해 가져가는 것은 보조금 편취”라고 밝혔다.
벤처 1세대인 호 대표는 국내 벤처의 전설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2007년 동영상 자막 서비스 ‘비키’를 일본 라쿠텐에 2억달러(약 2300억원)에 매각하며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더벤처스 측은 호 대표의 구속에 대해 검찰의 ‘표적수사’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더벤처스는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주장대로 보조금을 가로채거나 허위 투자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이 없다”며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벤처기업 업계는 검찰의 이번 사건이 스타트업 투자에 찬물을 끼얹게 되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다. 더욱이 검찰이 스타트업들도 보조금 편취의 공범으로 기소할지 검토하고 있어 그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스타트업 지원이 빚을 내는 융자지원인 가운데 투자를 해주는 팁스는 유일한 구원책이나 다름없었다”며 “이번 일로 벤처기업 투자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게 된다면 벤처기업이 마음 놓고 성장할 수 있는 분위기가 사라져 버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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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청은 팁스 지원 기업으로 선정된 158개 기업과 운용사의 지원 내역을 전수 조사에 들어갔다. 아울러 수사 결과에 따라 관리 감독 강화도 계획하고 있으며 성과를 주기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