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 신고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이 모 중사의 유족 측이 결국 또 고개를 떨궜다. 미진한 군 수사 상황을 더이상 지켜볼 수 없다며 28일 직접 국정조사 요청을 호소하면서다. 국방부의 뒷북 처벌이 피해자 측으로 하여금 또다시 간청하는 ‘비정상’인 모습을 연출하게 만든 것이다.
고(故) 이 중사의 부친과 모친은 이날 오전 이 중사 분향소가 마련돼 있는 경기도 성남 소재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선 지금의 국방부 조사본부와 감사관실 차원의 조사는 부적절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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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사 유족 측이 현재 진행 중인 군 수사에 대해 공개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방부가 검찰단·조사본부·감사관실 등 합동수사단을 꾸려 수사에 착수한 지난 1일 기준 27일 만이자, 성추행 피해 발생 기준으로는 118일만이다. 사망 추정일(5월 21일)로는 38일 만이다.
유족들은 국방부 조사본부와 감사관실의 조사·수사 상황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유족 측은 20비행단의 초동수사 부실 의혹을 수사 중인 조사본부에 대해 “초동조사 관련해 아무런 형사적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다가 언론에 떠밀려 단 1명만 입건한다고 밝혔다”며 “스스로 수사에 대한 기준도 없고 의지도 없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국방부가 수사 투명성 제고 취지에서 도입한 민간 전문가 참여의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제도와 관련해서도 “그저 국방부 합동수사단의 방패막이로만 느껴진다”고 혹평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이날 유족 측의 기자회견이 열리기 2시간 전에 부랴부랴 공지문을 내고 내부 징계에만 회부하려던 초동수사 책임자인 20비행단 군사경찰대대장에 대해 형사입건 사실을 기자들에게 알렸다. 이날 공군도 군사경찰대대장을 포함, 수사계장, 법무실 군 검사와 국선변호사 등 4명을 뒤늦게 보직 해임했다. 국방부가 여론에 떠밀려 뒷북 처벌에 나선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국방부는 지난 21일 이 중사 사건의 가해자 장모 중사를 사건 발생 111일만이자, 피해자 사망 한 달 만에 구속 기소했다. 유족들이 국민청원을 하지 않았다면 ‘단순 변사’로 묻힐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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