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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알에 33원…국내 덱사메타손 약품만 110개

박일경 기자I 2020.06.17 15:14:05

제약·바이오기업 70여 곳 생산
경구용·주사·원료 등 형태 다양
수출도…오랜 기간 값싸게 처방
부광약품, 1963년 5월 첫 시판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소염 진통제로 널리 쓰이는 스테로이드 계열 약품인 ‘덱사메타손’이 코로나19 중증환자 사망률을 크게 낮춰준다는 시험 결과가 나오면서, 오래 전부터 국내에서도 많이 취급돼온 해당 약물이 치료제로 허가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963년 5월 8일 국내 최초로 출시된 덱사메타손 의약품 ‘부광덱사메타손정’. (사진=부광약품)


1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현재 총 110개에 달하는 덱사메타손 관련 의약품이 판매 허가를 받아 시판되고 있다. 부광약품(003000)·영진약품(003520)·일성신약(003120)·제일제약·유한양행(000100)·GC녹십자(006280)·JW중외제약(001060)·일양약품(007570)·신일제약(012790)·동광제약·경동제약(011040)·명인제약·대원제약(003220)·환인제약(016580)·영일제약·태극제약·한국콜마(161890)·휴온스(243070)·휴온스메디케어·휴메딕스(200670)·한올바이오파마(009420) 등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만 70여 곳에 이른다. 이들 제약회사는 경구용 알약·주사제·원료의약품 등 다양한 형태로 생산 중이며 수출까지 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BBC 등은 16일(현지 시각) 중증 코로나19 감염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옥스퍼드대 연구진의 시험 결과 스테로이드제 덱사메타손이 코로나19 사망률을 크게는 35%가량 낮췄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으로 산소 호흡기에 의지하고 있는 환자의 사망 위험은 28~40%, 기타 산소 치료를 받는 환자의 사망 위험은 20~25%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BBC는 코로나19 환자 20명 중 19명은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도 호전되며, 병원에 입원한 이 중에서도 대부분은 산소 호흡기 등의 도움 없이 완치된다고 전했다.

인천 지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환자가 속출한 17일 오전 확진자가 나온 인천시 미추홀구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줄지어 운동장에 마련된 선별진료소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영국과 상황 달라…중앙임상委 심의 거쳐야

국내에서 가장 먼저 덱사메타손을 판매하기 시작한 제약사는 부광약품이다. 부광약품은 지난 1963년 5월부터 부광덱사메타손정을 팔고 있다. 약학정보원에 의하면 부광덱사메타손정은 동등성 시험에서 약효의 기준이 되는 ‘대조약’이다. 1정당 보험 약가는 33원으로 매우 저렴하다. 1000정 짜리 한 병에 3만3000원에 불과하다.

부광덱사메타손정이 첫 시판된 3개월 뒤인 1963년 8월에는 영진약품이 덱사코티실정(덱사메타손)을 내놨다. 이후 대원제약이 1974년 3월 대원덱사메타손 주사액을, 일성신약이 덱사에스주(덱사메타손디나트륨인산염)를 같은 해 8월 각각 선보일 만큼 오랜 기간 처방약제로 사용되고 있다.

덱사메타손의 강점은 지난 1957년 개발돼 이미 수십년간 전 세계에서 값싸면서도 효과적이고 안전한 약제로 쓰여 왔다는 데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품 자체에 대한 안전성이 입증된 상태여서 코로나19 치료 효과만 추가적으로 증명하면 중증환자 치료제로 활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식약처는 영국이 덱사메타손을 코로나19 표준 치료제 가운데 하나로 승인했다고 해서 한국도 허가할지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덱사메타손을 코로나19 치료제로 승인할지는 중앙임상위원회 심의 사안”이라며 “질병관리본부가 해당 안건을 상정하게 되면 향후 중앙임상위 감염병 전문가들이 의견을 모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로서는 덱사메타손 효과가 위중한 환자들의 사망률 감소에 한정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앞으로 빈번하게 발생할 신종 전염병에 대비해 획기적인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이 꾸준히 추진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송파구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 “면역저하 등 장기 합병증 안전성 평가해야”

특히 의료계를 중심으로 덱사메타손을 코로나19 ‘표준 치료제’로 인정함에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이미숙 경희대병원 감염면역내과 교수는 “급성 호흡부전 증후군 치료에서 기존 치료 반응이 낮을 경우 스테로이드가 사용되고 있지만 아직 치료 효과가 명백하게 입증된 것은 아니다”라며 “이런 측면에서 유행 초기 세계보건기구(WHO) 코로나19 치료에서 스테로이드 사용은 포함되지 않았던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덱사메타손은 저용량·지속형 스테로이드로 치료에 미치는 영향은 투여 시기, 대상에 따라 세부 분석이 필요하다”면서 “치료 효과와 함께 면역 및 부신기능 저하 등의 장기 합병증 발생과 같은 안전성 평가가 추가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덱사메타손은 관절염 등 다양한 질환에 염증을 억제하기 위해 쓰이는 약품으로, 단기간 국소적 사용 시 극적인 효과를 보이지만 장기간 사용 때는 면역계 억제에서 비롯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준영 국립암센터 감염내과 전문의도 “스테로이드계 약물은 코로나19 주된 직접 치료제가 될 수는 없다”며 “고열·기침·호흡곤란 등 코로나19 감염환자의 주요 증상에 수반되는 통증을 완화하는 보조적이고 보완적인 약제로 이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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