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는 시감위 결정을 기점으로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에 허수 호가가 섞인 고빈도 알고리즘 매매의 주체인 시타델 증권 관련 매매 내역 등 관련 자료를 넘길 예정이다. 이는 시감위의 회원사 제재와 별도로 거래소 역시 시타델 증권 등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본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작년 7월부터 시타델 증권 등에 대해 조사를 해왔던 만큼 자조단을 중심으로 합동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관련 조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는 16일 시감위 회의를 열고 허수성 매매가 섞인 시타델 증권의 고빈도 알고리즘 매매를 수탁, 중개한 메릴린치 서울지점에 5억원 이하의 제재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결정한다. 지난 3월 시감위 자문기구인 규율위원회에서 메릴린치에 대한 제재금을 통과시켰고 그 뒤 세 차례 시감위 회의를 열였음에도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메릴린치가 법무법인을 동원해 법정 공방을 하듯 소명을 하면서 시감위 회의가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메릴린치 서울지점은 이번 제재로 글로벌 평판이 훼손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더구나 메릴린치 서울지점 수탁고의 상당 부분이 시타델 증권인 것으로 알려져 시타델 증권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제재를 받을 경우 수탁고 감소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릴린치 서울지점은 시장감시규정 4조1항5호 ‘거래 성립 가능성이 희박한 호가를 대량으로 제출하거나 직전 또는 최우선 호가와 유사한 가격으로 호가를 제출한 후 해당 호가를 반복 정정·취소해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조항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회원사가 이런 행위를 위탁받지 못하도록 돼 있는 같은 조 3항도 위반한 혐의다.
투자자가 허수 호가를 주문할 경우 거래소 시스템과 동시에 이를 수탁 처리하는 메릴린치 서울지점의 모니터링 시스템에 의해 걸러지게 돼 있는데 이를 묵인, 방조한 채 허수 매매를 수탁 처리했다는 게 거래소의 설명이다. 거래소는 이에 대해 메릴린치 서울지점에 미리 경고했고 그럼에도 같은 행위가 반복돼 작년 5월엔 감리까지 진행한 바 있다. 메릴린치 서울지점은 별 문제가 없는 주문이라 판단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 금융당국 조사 본격화..시타델 증권 `시장질서 교란` 혐의 가능성
거래소의 회원사 제재가 마무리되면 시타델 증권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시타델 증권의 알고리즘 매매는 현재 가격보다 약간 높은 호가를 대량 매수 주문을 내 추격 매수를 부추기고 가격이 실제 오르면 주문을 순식간에 취소, 보유하던 주식을 팔거나 낮은 호가로 매도 주문을 내 가격을 내리는 식이다. 이를 통해 시타델 증권은 수 천 억원의 이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시타델증권을 자본시장법 제178조2항 시장질서 교란행위 금지 또는 제176조 시세조정 금지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시세조정 금지 위반은 시타델 증권이 시세 조정을 하려고 했다는 목적이 분명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목적성 여부를 따지지 않는 `시장질서 교란 행위 금지`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질서 교란 행위 금지의 경우 형사처벌과 동시에 과징금 부과 등 행정 제재가 가능하다. 이를 중개한 메릴린치 서울 지점 역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제재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176조1항4호에 따르면 허수 호가·거짓 매매를 수탁한 행위는 금지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