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농어촌민박'이라더니..1박에 78만원 '호화펜션'

피용익 기자I 2017.08.30 16:55:13
[세종=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A씨는 숙박시설이 들어설 수 없는 전북 무주 보전관리지역에 주택용도로 건축허가를 받고 빌라형 호화주택 4개동(연면적 1369㎡)을 지었다. 이곳에 무허가로 워터슬라이드를 갖춘 물놀이시설, 숲속영화관, 옥상수영장 등을 설치했다. 물놀이시설은 수질검사도 받지 않았고 안전요원도 배치하지 않았다. 그는 4개동 가운데 1개동(213㎡)만 농어촌민박으로 신고하고 나머지 3개동은 미신고 숙박영업을 계속했다. 사실상 고급 펜션이었다. 업주는 건물을 지으면서 관광진흥기금 10억원을 융자받기도 했다.

농어촌민박이 호화 펜션으로 둔갑해 돈벌이에 악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합동부패예방감시단은 지난 6~7월 가평·양평·고성·통영·강화 등 10개 지방자치단체의 농어촌민박 4492개 중 2180개를 표본점검한 결과 32.9%인 718개 민박에서 위법행위를 적발했다고 30일 발표했다.

1995년 농어업인 소득 증대를 위해 도입된 농어촌민박은 작년 기준 전국 약 2만5000개가 있다. 다른 숙박시설과 달리 토지이용에 제한이 없는 대신 실거주자가 연면적 230㎡ 미만 범위, 1개 동만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상당수는 불법 증축과 무단 용도변경을 통해 ‘불법 펜션’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번에 적발한 위반 내용은 △무단용도변경 18.2%(397개) △연면적 및 동 개수 초과 7.8%(171개) △실거주 위반 6.9%(150개)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 문제가 된 충북 제천의 ‘누드 펜션’도 2008년 외지인이 주택용도로 신축해 2011년까지는 농어촌민박으로 숙박 영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시단이 적발 사례로 공개한 농어촌민박 5곳의 1박 평균요금은 비수기 44만8000원, 성수기 58만2800원으로 사실상 호화펜션·리조트 영업을 했다. 1박 최고 요금은 비수기에는 60만원, 성수기에는 78만원에 달했다.

기초 지자체장은 농어촌민박을 반기마다 지도·감독하고 위반시설에 대해서 개선명령·사업장폐쇄 등 조치를 해야 했지만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정부는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먼저 외지인이 전입신고 후 농어촌민박 신고를 하고는 곧바로 주민등록을 도시로 옮기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점에서 자격요건을 강화하기로 했다. 농어촌정비법을 개정해 농어촌 전입 후 2년 이상 실거주를 해야 민박신고를 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또 농어촌민박은 반드시 ‘상징 로고’를 부착하는 등의 방법으로 농어촌민박임을 표시하도록 의무화 규정을 농어촌정비법 시행규칙에 포함하기로 했다.

지자체 공무원의 현장실사도 의무화할 방침이다. 그동안에는 대부분 서류심사만으로 신고필증을 교부했다. 기존 시군구행정정보시스템에 농어촌민박사업 자료를 추가로 입력해 민박사업을 상시 감시하는 체계도 구축하기로 했다.

불법 농어촌민박 점검에서 적발된 전북 무주의 호화펜션 (사진=해당 펜션 홈페이지, 국무총리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