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유력지 선데이 익스프레스는 21일(현지시각) 태 공사 가족의 망명 과정에 대해 “마치 영국의 스릴러 작가 그레이엄 그린의 소설을 읽는 것처럼 긴박했다”며 상세히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월 북한 당국으로부터 자금 횡령과 비밀 누설 혐의로 태 공사에 대한 소환 지시가 있었으며, 6월중 태 공사는 런던의 한 골프장에서 영국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을 만나 북한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나타냈다.
태 공사의 아내이자 김일성 빨치산 동료였던 오백룡 집안 출신의 오혜선 씨도 혁명 1세대 자손들이 잇따라 실각, 강등되는 것을 보고 평양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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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 공사의 망명은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됐으나 서울에서 ‘유럽 어느 곳에서 북한 외교관의 망명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또 북한 중앙검찰소는 7월 12일 태 공세의 수사 시작 결정서를 발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 공사의 망명은 12일을 전후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태 공사의 차남 금혁 군의 영국인 친구는 “7월 중순 금혁의 모든 SNS가 막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7월 중순 태 공사 가족은 영국과 미국 관계자들이 동행한 가운데 영국의 공군기지로 향했다. 영국에서 테니스와 골프를 즐긴 태 공사는 자신의 테니스 라켓과 골프채 등을 포함한 짐을 꾸렸고, 부인 오씨는 공항으로 가는 길에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물건을 잔뜩 사고 싶다”며 한 대형마트에 들러줄 것을 요청했다.
태 공사 가족과 영국·미국 관계자 7명은 마침내 영국의 브라이즈 노턴 공군기지에서 30인승 영국 공군 비행기를 타고 독일로 향할 수 있었다. 2대의 타이푼 전투기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그들이 탑승한 비행기를 호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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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뒤 비행기는 독일의 람슈타인 미군기지에 도착했고, 이 곳에서 태 공사 가족은 비행기를 갈아타고 한국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당초 태 공사 가족은 직항으로 한국에 온 것으로 보도됐으나 이 매체에 따르면 그들은 독일을 거쳐 망명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