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침해’는 최근 교육계의 화두 중 하나였다. 지난해 6월 경기 수원의 한 초등학생이 흉기로 담임교사를 위협한 일이 발생한 데에 이어 같은해 11월에는 경북의 한 초등학교에서 싸움을 말리던 교사가 학생에게 얼굴을 가격당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교권 보호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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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일부 학생·학부모의 과도한 교권침해에 현장 교사들은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 수업 방해부터 폭행·성희롱·욕설 등 다양한 교권침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를 제지할 수단이 마땅치 않아서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 이모(28)씨는 “아이들이 말을 안 들어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크다”며 “문제 삼으면 나만 힘들어지니까 그냥 참고 넘어간다”고 토로했다.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에 고통받는 교사도 늘고 있다. 경남 지역 초등학교 정다운(가명) 교사는 “학부모 임원들이 회식비를 요구해 이를 거절했더니 각종 보복성 민원이 들어왔다”며 “각종 민원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한동안 수업도 못했다”고 했다. 실제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지난해 5월 발표한 설문조사에선 교직생활의 가장 큰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대한 응답으로 ‘문제행동·부적응 학생 등 생활 지도’(24.6%)가 1위로 꼽혔으며 ‘학부모 민원·관계 유지’(22.1%)가 그 뒤를 이었다.
특히 교사들은 학생·학부모의 아동학대 신고를 우려해 정당한 생활지도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가 지난해 9월 전국 교사 62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1.7%(3852명)이 아동학대 신고·민원을 직접 당하거나 동료 교사의 사례를 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자신도 아동학대로 의심받아 신고 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가’란 질문에는 92.9%(5780명)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아동학대로 신고 당한 교사들은 무혐의 처분을 받아도 쉽게 정신적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 고등학교 교사 이명진(가명)씨는 얼마 전 수업시간에 자고 있던 학생을 깨웠다가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했다. 경찰 조사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이씨는 그 이후 무력감을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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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능력개발평가(교원평가) 역시 교권침해가 발생하는 주요 통로 중 하나다. 교원평가제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교원 전문성 향상을 목적으로 도입됐다. 평가항목은 △동료평가 △학생·학부모 만족도 평가로 구성되는데 학생·학부모 만족도 조사에선 익명성이 보장된 서술형 평가가 반영된다. 누가 평가했는지 알 수 없는 익명성 탓에 교사들은 인격모독·욕설·성희롱을 당하고 있다.
전교조가 지난달 7일부터 8일까지 전국 초·중·고 교원 64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1996명(30.8%)가 이러한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동료 교사의 사례를 본 적이 있다’(38.6%, 2504명)까지 합하면 10명 중 7명이 직·간접적 피해를 입은 셈이다. 전교조가 공개한 피해 사례 중에는 교사에게 ‘성행위를 할 때 어떻게 하는 지 실습해달라’ 등 문구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는 지난달 27일 ‘교육활동 침해 예방·대응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은 중대한 교권침해에 한해 가해 학생의 행위를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명시하고 피해교원과 가해학생을 즉각 분리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이런 방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교원지위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법적 근거를 갖출 수 있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권침해 사건이 발생하면 나머지 아이들까지 학습권 피해를 보게 된다”며 “입시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학생부 기재가 교권침해의 예방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