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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강경론` 힘 싣는 與, 난처한 野…北 도발에 `엇갈린 행보`

박기주 기자I 2022.10.17 16:36:01

3성 장군 앞세운 與, '북핵 위기 특위' 발족
정진석 "'도발 땐 김정은 정권 붕괴' 힘으로 보여줘야"
이재명, 최고위 발언 1400자 중 `北 규탄` 단 140자
文 기조 및 정국 주도권 우려에 온도차

[이데일리 박기주 배진솔 기자] 북한이 지난 14일 동·서해상에 수백발의 사격을 감행하는 등 전방위 도발에 나선 것과 관련해 여야의 반응이 엇갈린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강경 대응 목소리가 나온다. 육군 중장 출신 한기호 의원을 앞세워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당정 협의 기구를 출범시켰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시절 북한에 유화적인 정책을 펴왔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북한에 대한 목소리를 키우기엔 난처한 상황에 몰렸다. 이재명 대표 역시 관련 발언을 최소화하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노진환 기자)
◇3성 장군 앞세운 與, ‘북핵 위기 특위’ 발족

국민의힘은 17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북핵 위기 대응 특별위원회’를 출범한다고 밝혔다. 이 특위는 북한의 도발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조직으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북한의 도발에 대해 ‘미치광이’라는 강도 높은 단어까지 사용하며 향후 특위의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

정 위원장은 “김정은의 도발이 점입가경이다. 연일 북한 군용기들이 북방한계선(NLL) 전술조치선을 넘어와 위협 비행을 하고 있고 해상완충 무차별 포격을 감행하고 있다. 9.19 합의 따위 안중에 없다는 자세”라며 “러시아가 우크나라이나에서 핵무기사용을 공언하며 펼치고 있는 미치광이 전략의 복사판”이라고 지적했다.

군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4일 서해와 동해에서 수백발의 포병사격을 하며 도발을 감행했다. 특히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며 여당의 입장은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다. 정 위원장은 “김정은이 만에 하나 한반도에서 전술핵을 사용했을 때 괌과 오키나와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 위험을 무릅쓰고 과연 미국이 핵무기로 북한에 반격할 수 있겠느냐”며 “대비책은 하나, 한미군사동맹을 굳건하게 다지는 일이다. 자유연대의 결속을 강화하고, 북한이 무력도발을 강행할 경우 김정은 정권이 붕괴로 이어질 것을 힘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특위 위원장을 맡은 한기호 의원은 정부와 협업을 통해 북한의 핵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북한의 핵 공갈이 이젠 핵의 위협으로 가시화했고, 북한은 이 무기체계를 가지고 대한민국을 겁박하고 있다”며 “북핵 대응에 필요한 조직이 있다면 건의해 정부 조직을 보강해 나가겠다. (우리) 무기체계에 대해서도 소홀한 점이 있다면 이번 예산 국회 안에서 챙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사진= 뉴스1)
◇이재명, 최고위 발언 1400자 중 ‘北 규탄’ 단 140자

격앙돼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은 차분한 분위기다.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이재명 대표의 약 1400자 발언에서 북한의 도발을 규탄한 내용은 약 140자에 불과했다. 지난 14일 북한의 새벽 도발 이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선 규탄 내용이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다. 박홍근 원내대표의 발언에서도 북한 관련 규탄 내용은 빠졌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거듭 북한의 무력 도발을 강력하게 규탄하는 바다.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남북의 신뢰를 훼손하는 모든 형태의 도발 중단을 북한에 강력하게 요구하고, 도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점을 직시하기 바란다”고 짧게 언급했을 뿐 발언의 상당 부분을 윤석열 정부 비판으로 채웠다.

민주당이 이처럼 조용한 행보를 보이는 건 자칫 9·19 군사합의를 이끌어낸 문재인 정부의 행보와 엇박자가 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안보 이슈가 부각되면서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의 실책이 묻히고 민주당의 존재감이 옅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북한 도발 이후 해외 순방 과정에서 벌어진 ‘외교참사’, 한미일 군사훈련으로 제기된 ‘친일 논란’ 등 민주당이 제기한 이슈에 대한 주목도가 시들해졌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민생’과 ‘정치탄압’이라는 키워드를 연일 강조하면서 윤석열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민생을 정부가 챙겨야 한다. 민생 경제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된다”고 강조했고, 박 원내대표를 비롯한 주요 인사들은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이 전 정권 털기에만 올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대북 정책에 대한 민주당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은 “(대북정책을) 윤석열 정부에만 맡겨 놓을 것이 아니라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이어가는 적극적인 행동과 정책 활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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