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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검사는 지난 2019년 8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대구지검 포항지청 근무 당시 김 씨를 알게 됐다. 김 씨는 지난 2018년부터 올해 1월까지 포항에서 오징어 매매 사업에 투자하면 돈을 불려주겠다는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속여 116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이 검사의 혐의점은 경찰이 김 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파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검사는 김 씨로부터 명품 시계, 자녀 학원비 등 약 3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 받은 의혹을 받는다. 이때문에 이 검사는 지난달 검찰 중간간부 인사 당시 부부장검사로 직위가 강등됐다.
경찰은 지난달 23일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이 검사의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 사무실, 자택, 자동차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이 검사를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일종의 검사 비위 사건이지만, 수사는 당분간 경찰이 진행할 예정이다. 기본적으로 검사 비위 사건에 대해선 공수처가 수사해야 하지만,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는 뇌물수수 혐의와는 달리 고위공직자범죄에 해당하지 않아 경찰에서 수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찰은 일단 이 검사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 다만 직무 관련성 여부에 따라 뇌물 사건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금품을 준 것과 직무 관련 ‘대가성’이 입증되면 뇌물죄가 성립된다”면서 “검사에 대해 뇌물죄로 법원에 넘기는 것이 경찰로선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에 대가성을 입증하는데 경찰이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이번 사건이 올해부터 시작된 검·경 수사권 조정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경찰이 검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한 것이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그간 검찰은 경찰이 검사에 대한 압수수색·체포·구속영장을 신청하면 이를 반려하거나, 사건을 가져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대표적으로 2012년 ‘조희팔 사건’, 2016 ‘스폰서 검사 사건’ 당시 검찰은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검사의 은행 계좌에 대해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자 거듭 영장을 돌려보냈다.
경찰이 이 검사 사건에 대한 대가성의 증거를 확보하고 이를 공수처에 통보하면, 공수처가 사건을 처리할지 혹은 다시 경찰로 재이첩할지를 결정하게 된다. 공수처법 25조 2항은 ‘공수처 외 다른 수사 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그 수사 기관의 장은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와 관련 공수처는 경찰 수사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뇌물 수수 혐의는 공수처 관할이 맞다”면서도 “해당 건은 경찰이 수사 중인 건으로, 공수처에 이첩되지 않은 건에 대해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