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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다주택자를 집값 급등의 주범인 투기세력으로 보고 고강도 규제책을 연일 쏟아내고 있지만, 서울시 공직자 일부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여전히 다주택자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의회 시의원 10명 중 3명꼴로 다주택자였고, 다주택 상위 5명이 보유한 집만 따지면 모두 81채에 달할 정도였다. 상위 5명 모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정책 입안 및 실행자인 공직자가 여러 채의 주택을 갖고 있으면서 무주택 서민을 위한 주택 정책을 제대로 펼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시의원 31%가 다주택자
2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발표한 ‘서울시의회 의원 주택보유 실태’에 따르면 의원 110명 중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1주택 이상의 주택을 소유한 의원은 76명(69%)으로 나타났다. 이중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는 34명(31%)에 달했다.
이번 자료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올해 3월 관보에 게재한 ‘2020년도 정기재산변동 신고사항 공개, 서울특별시’ 자료를 기초로 경실련이 분석한 결과다. 주택에는 아파트, 오피스텔(상가·주거용도), 단독주택, 연립주택, 복합건물 등이 포함됐다.
시의원 10명 중 3명 가량이 다주택자인 가운데 강대호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이 서울시 중랑구와 경기도 가평군에 다세대주택 21채와 연립주택 9채를 보유해 총 30채로 최다 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이정인 더불어민주당 시의원(24채), 성흠제 더불어민주당 시의원(11채), 이석주 미래통합당 시의원(11채) 등도 주택 10채 이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주택 의원 상위 5명이 보유한 집은 모두 81채에 달하며 부동산 임대업자를 방불케 할 정도였다. 상위 9명으로 넓히면 94채에 달한다. 정당별로 보면 3주택 이상 소유한 의원 9명 중 8명이 민주당 소속이었다.
지난 4월 총선 당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다주택자들의 주택처분 서약을 받는 등 공직자 1주택 갖기 운동을 벌였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한 셈이다.
특히 문제는 일부 다주택 의원이 부동산정책 관련 상임위원회에 배정해 정책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강 의원 등 다주택자 상위 9명 중 4명은 서울시 부동산·건설·도시개발업무를 관리하는 도시계획관리위원회와 도시 안전건설위원회 등에서 업무를 수행중이다.
경실련은 “부동산 정책과 도시 건설 정책에 직접 영향을 줘 부동산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상임위에 다주택자가 포진해 있다”며 “이들이 의회에서 공정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와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한 정책 대안을 할 수 있을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 이후 아파트값 등 집값 폭등을 조장한 정책결정자들 다수가 다주택자라면 이후 정책에서도 집값 안정책이 제시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번에 조사한 서울시의회 시의원 전체 보유 재산은 총 1391억원으로 1인당 평균 12억500만원의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부동산 재산이 10억3000만원으로 80%를 차지했다.
시의원들이 소유한 아파트 및 오피스텔 신고가액은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총 454억원이다. 이를 시세로 계산하면 총 730억원 상당으로, 신고가 대비 시세반영률은 62%에 그쳤다고 경실련은 분석했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고위 공직자들의 다주택 보유 및 투기여부 등에 대해 철저히 조사검증해야 한다”며 “다주택처분이행을 거부하는 고위공직자들은 즉각 교체하고 집값 잡는 근본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