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응급실에 가면 ‘의사 얼굴 보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고 들었는데 환자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빠르게 응급처치가 이뤄졌다”며 놀라워했다. 며칠 후 그는 무사히 퇴원하게 됐다.
외상 등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하거나 병원 외래진료가 끝난 뒤 치료가 필요한 경우 병원 응급실을 찾는다. 이로 인해 저녁이나 휴일에는 응급실이 있는 병원으로 많은 환자들이 몰린다. 일반적으로 환자가 많은 응급실일수록 전문의에 의한 첫 진료 및 처치가 늦어져 대기시간이 길어진다. 때문에 응급상황에서 한시라도 빨리 치료받기 위해서는 어느 병원 응급실을 가야 할지 현실적인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통념과는 달리 실제 응급실 대기시간은 환자수보다 응급실 진료시스템의 영향이 더 크다.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 응급의료센터(센터장 왕순주)는 연간 환자수가 전국 10위 안에 드는 8만명 이상이지만 전국에서 가장 빨리 응급환자에 대한 진단 및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빠른 진단과 치료는 개원 초기부터 유지해온 24시간 전문의 중심의 진료시스템 덕분이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응급의료센터는 기존의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위주로 운영돼온 응급실 관행을 거부하고, 응급실 전담 전문의가 신속하게 응급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응급의학과 교수 10명, 소아청소년과 교수 2명, 내과 교수 3명 등 총 15명의 전문의가 있다. 특히 응급환자가 많은 소아청소년과와 내과 환자에게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빠르게 제공할 수 있어 응급실 재실시간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으로 ‘2018년 응급의료기관평가’에서 적정시간 내 전문의 직접 진료율이 89%로 나타났다.
◇‘응급의료기관평가’ 에서 중증환자 재실시간 전국 1위
2013년도부터 응급환자들을 책임지고 있는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은 꾸준히 환자가 늘며 2018년 연간 환자수가 7만5000명에 달했고, 지난해에는 연간 환자수가 8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권역응급의료센터 수준의 환자수이다.
그럼에도 이곳 응급의료센터는 2018년과 2019년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응급의료기관평가’에서 중증상병 환자의 응급실 재실시간이 2.58시간으로 전국에서 가장 짧았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응급의료센터를 방문한 중증환자는 평균 2시간 30분이면 진료 및 처치를 받은 뒤 중환자실로 이송되거나 퇴원하는 것이다.
또한 이 수치는 중증환자를 대상으로 한 결과여서 경증환자까지 포함하면 재실시간은 더욱 짧아진다. 최근 한 달간 분석결과에서도 응급의료센터를 찾은 전체 환자의 평균 재실시간은 1시간 36분밖에 되지 않는다. 응급의료센터에서 당직의에게 호출 후 당직의가 진료를 보는 데까지 소요된 시간 역시 90%가 15분 안에 이뤄졌다.
왕순주 센터장은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전공의나 간호사로부터 혈압 한번 재고 목이 빠져라 전문의 진료를 기다리는 것이 국내 응급실의 현실”이라며 “전문의 위주의 진료시스템으로 전국 10위 안에 드는 환자수에도 신속하고 효율적인 진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의 사례는 국내 응급의료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모범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감염병 및 화학사고 대응에도 만전
특히 2015년 메르스를 겪으며 신종 감염병에 대한 철저한 대비 시스템도 구축했다. 먼저 음압격리실 3곳을 갖췄는데 압력 및 환기시스템을 통해 일반 응급실로부터 완전하게 차단시켜 원내 감염 위험을 막고 있다. 선별진료소 운영과 중증도에 따른 환자 분류시스템, 정기적인 대응훈련 등으로 조류독감, 신종플루, 홍역 등 감염병을 완벽하게 막아낸 경험도 보유하고 있다.
또 병원 인근에 화학물질을 다루는 기업들이 많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여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화학사고 대응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특히 센터장인 왕순주 교수는 불산 및 이산화탄소 누출사고 등 대형 재난사고에 즉시 개입하여 응급처치를 시행한 경험을 갖고 있다. 또한 왕 센터장이 화학사고로 응급환자 발생 시 현장종사자 및 의료진들의 응급의료 역량강화를 위해 제작한 ‘화학사고 응급의료 대응교육’ 프로그램은 현재 국가 표준 교육프로그램으로 사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