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이번 주말부터 황금연휴의 시작이다. 최장 열흘 동안 쉴 수 있어 해외로 떠나는 사람이 많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이번 추석연휴의 해외여행객은 사상 최대 규모인 약 11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동남아는 물론 유럽 항공권이 동이 났을 정도. 치열했던 항공권 예매 전쟁이 끝났다고 설렘과 기대를 갖기엔 아직 이르다. 갑작스러운 환경변화로 인해 면역력이 약해짐과 동시에 예상치 못한 여러 감염병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 경희대학교병원 감염면역내과 이미숙 교수에게 해외여행 시, 주의해야 할 감염병에 대한 대처와 예방법에 들어봤다.
◇여행객은 증가, 감염병 예방은 제자리걸음
해외여행 자유화가 시행된 1989년을 기점으로 해외여행객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7년 해외여행자 수는 2,700만여 명, 국민 2명 중 1명꼴로, 1,900만여 명이었던 2015년과 비교해 약 42%나 증가했다. 이에 반해 감염병에 대한 인식과 사전준비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전 국민을 불안에 떨게 했던 2014년 에볼라, 2015년 메르스, 2016년 지카바이러스 유행은 해외여행에서의 감염으로 시작됐다.
◇물과 음식, 그리고 모기 주의해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유럽 등 장거리 노선에 비해 동남아, 중국, 일본 등의 예약률이 특히 높은 상황이다. 해당 국가들은 일반적으로 서구 선진국에 비해 위생 상태가 떨어지고 보건 관리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다.
감염면역내과 이미숙 교수는 “음식섭취에 의한 수인성전염병(콜레라, 장티푸스, 이질, A형 간염)과 모기 매개 감염병(지카 바이러스, 뎅기열, 말라리아)은 작은 관심과 노력에 의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며 “나라별 기후와 생활 습관, 여행시점을 기준으로 유행하고 있는 풍토병 등에 대한 사전지식 함양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 ‘끓이고, 익히고, 벗겨먹자’
해외여행 간 주로 발생하는 수인성 전염병은 세균 감염된 식수나 음식섭취를 통해 이뤄진다. 주요 증상은 설사, 복통이며 감염 후 1~2일 내에 나타난다. 대부분 체내 면역체계를 통해 자연스럽게 회복되지만, 잦은 설사로 인해 탈수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충분한 수분섭취, 예방적 항생제 등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이미숙 교수는 “물과 음식은 되도록 충분히 끓여 익힌 후에 섭취하고, 과일은 반드시 껍질을 벗겨먹어야 한다”며 “특히, 길거리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개나 닭 등은 함부로 만지지 말고, 만약 물리거나 할퀴었다면 반드시 상처를 깨끗한 물로 씻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행 후 두통, 고열, 발진 나타나면?
모기는 해외에서도 방심할 수 없다. 대표적인 해외유입형 모기매개 감염병인 뎅기열은 열대숲모기에 의해 감염되며, 낮 시간에 흡혈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감염자 비율이 비교적 높다. 일정 기간의 잠복기를 거쳐 두통, 고열, 발진은 물론 혈소판 감소와 근육통, 지속적인 구토 증상이 동반된다. 뎅기열 감염환자 중 일부는 중증으로 진행돼 심한 출혈과 함께 쇼크, 사망에 이를 수 있어 각별한 주의와 치료가 필요하다.
이 교수는 “긴 소매와 긴 바지 착용, 곤충 기피제 사용을 통해 모기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 예방의 첫 단계”라며 “출혈 위험을 줄이기 위해 아스피린이나 진통소염제 사용을 피하며, 무엇보다 사전에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예방접종을 챙기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귀국 후 1-2주일 이내 열, 설사, 구토, 황달, 피부질환 등이 생기면 병원에 내원하여 감염성 질환 여부에 대한 진료 받는 것도 중요하다.
이 교수는 “여행 전 최소 1-2개월 전부터 필요한 예방접종을 준비하고, 말리리아 예방약은 최소 1주일 전부터 복용해야 한다”며 “예방접종과 예방약뿐만 아니라 필요한 구급약 등을 체크하고 필요 시 진료를 받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