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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밀양 시민들을 절망의 수렁으로 밀어 넣었다”
21일 오후 3시, 자막이 뜨자마자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용역보고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모인 50여명의 밀양시청 직원들 입에서 일제히 탄식이 흘러나왔다. 미소를 머금고 있던 박일호 밀양시장의 입매가 순식간에 굳어졌다. 결국 박 시장은 용역 보고회를 끝까지 시청하지 못하고 자리를 박찼다.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 시장을 비롯한 밀양시청 직원들은 허리 숙여 사죄를 했다. 박 시장은 “밀양의 용역결과 점수가 높음에도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정치적 논의가 변수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10여년동안 신공항 이슈로 땅값만 올라 개발 가능성이 오히려 줄어들었다”며 “신공항 유치 실패로 실의와 허탈에 빠진 시민들의 상실을 보듬기 위해 밀양의 미래를 위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박 시장은 ‘용역 결과에 대해서 의기를 제기하겠느냐’는 질문에 “영남권 신공항은 무산됐고 김해공항 확장으로 정부의 의사결정이 끝났다”며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정작 밀양신공항을 지지하던 시민들은 분통을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강대석 남부권신공항추진위원회 경남본부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치적 농간에 따른 절대로 수용할 수 없는 결과”라며 “굳이 김해공항을 확장하겠다면 안정성 문제를 정부는 증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밀양시청 인근 공인중개소에는 방송을 본 밀양시민들 5명이 모여 이번 발표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고 울분을 토하고 있었다. 곽태순(57) 씨는 “(신공항) 용역을 줬으면 가덕도를 주거나, 밀양을 주거나 한 곳을 정했어야지, 이럴 거면 왜 세금을 들여서 용역은 했느냐”고 비판했다.
택시기사 정운호(65) 씨는 정부의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밀양은 순박한 도시였는데 10여년 동안 신공항 이슈가 지속되면서 사람들의 마음도 황폐해지고 지역주민들도 많이 떠났다”며 “밀양 신공항은 영호남에 걸친 지역 균형발전 핵심정책이었던 만큼 정부의 후속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