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당국에 따르면 올봄 최소 전력수요는 역대 가장 낮은 37.3기가와트(GW)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39.5GW보다 5.6% 적고, 이번 겨울 최대 전력수요 91.6GW와 비교하면 40% 수준에 그친다. 전력은 저장이 어려운 특성상 실시간 수요에 따라 공급(발전)을 조절해야 한다. 발전량이 부족해도 문제이지만 발전량이 넘쳐도 대규모 정전 등 문제가 생긴다.
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 발전량 급증 여파다. 기후변화에 대응한 탄소중립 움직임 속 태양광 발전 설비는 최근 10년 새 약 29배(2013년 1.0GW→2023년 28.9GW) 늘었다. 봄은 안 그래도 전력 수요가 적은데 일조량이 좋아 자가용 태양광 발전량이 늘면서 전력 수요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전체 발전량 중 태양광 비중은 연평균 6% 수준에 불과하지만, 날씨가 맑은 봄 한낮 1~2시간 동안은 순간적으로 40%에 이를 정도로 편차가 크다.
당국의 전력 수급관리 어려움은 그만큼 커졌다. 여름·겨울에만 발표해 오던 전력수급 대책을 지난해부터 봄·가을에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이전까진 발전 공기업을 중심으로 석탄·가스발전소에서 전체 발전량의 70%가량을 충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수요가 줄어들면 당국이 이들 발전소 가동을 멈추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탄소중립 기조 속 늘어나고 있는 원자력·재생에너지는 발전량 조절이 어려운 경직성 전원(電源)인 만큼 발전량을 줄이는 데도 한계가 있다. 특히 태양광은 민간 사업자가 많아 발전소 가동 중단(전력계통 접속 제한)에 따른 전기 판매수익 감소에 대한 반발도 커지고 있다.
전력수요 급감 땐 유연성 자원인 석탄·가스 화력발전소 출력을 우선 줄인다는 원칙도 세웠다. 태양광 발전 사업자의 계통 접속 제한에 따른 반발, 원전 출력 감발에 따른 안전 위험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이 같은 조치도 부족하다면 원자력·재생에너지 발전량도 줄이되 그 효과와 형평성, 안정성을 고려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이 같은 조치를 통해 출력제어 발생 확률을 이전 2.7%에서 1.3%(시간 기준)까지 줄인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태양광 발전 사업자 등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중장기적으로 시간에 따라 남는 전기를 사고팔 수 있는 시장 개설도 추진한다. 이호현 실장은 “봄·가을 전력 공급과잉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자발적 출력제어 서비스 시장 개설 등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불가피하게 출력 제어를 하게 되면 모든 발전사업자가 협조해주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