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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도 시흥에 다녀온 직장인 안모(28)씨는 “개인적인 일이 있어 버스를 타고 시흥 쪽에 다녀왔는데, 허허벌판에 농사를 짓는 땅뿐이었다”며 “확실한 정보도 없이 이런 곳의 땅을 사 모았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성토했다. 시흥은 지난 2월 3기 신도시 구역으로 추가 지정된 곳 중 하나다. 안씨는 “이번 사태를 보고 너무 화가 나고, 허탈하기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된 상태에서 투기 의혹이 터진 탓에 청년들의 분노는 더욱 고조됐다. 앞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3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4년간 서울 아파트값(30평 기준)이 한 채당 5억원 올랐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청년들은 내 집 마련이 점점 더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공공주택 등을 관리해야 할 공사 직원들이 부동산 투기를 벌였다는 점을 꼬집었다.
최모(34)씨는 “LH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부동산을 이용한 투기를 시도한 게 공정하고 정의로운 일은 아니지 않느냐”며 “청년들에겐 임대주택에 살라고 하면서 뒤에선 청년들을 임대주택에만 살 수밖에 없게 만드는 부동산 과열화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게 너무 위선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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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 자리에선 이번 사태를 두고 “청년들이 겪고 있는 가혹한 주거 고통을 딛고, 벼락부자를 만들어내는 부동산 시장 구조가 드러난 것”, “정부는 투기에 가담했던 직원들을 해고하는 것을 넘어서 그 뿌리까지 찾아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이 쏟아졌다.
정부도 이번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을 중대 사안으로 규정하고, 국무총리실·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경찰청·경기도·인천시가 참여하는 합동조사단을 꾸려 청와대·LH 직원 등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전수조사 중이다. 정부의 이 같은 강도 높은 대응은 이번 사태가 정부가 내놓는 부동산·주택 정책의 신뢰를 흔들 수 있다고 판단한 조치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려면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이 터지면 정부에 대한 신뢰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며 “신뢰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지만, 내부를 철저히 조사하고 관련자들을 엄벌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이들은 이해 관계자이기 때문에 업무 관련 절차나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하지만, 그동안 이런 부분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하고 허술했다”며 “업무 프로세스를 강화해 공공기관 업무 담당자들이 공공의 이익에 기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