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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수입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세이프가드 명령에 서명하고 “우리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다. 미국인의 일자리와 미국 노동자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는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장벽으로 태양광 산업의 미래에 먹구름이 드리웠다고 지적했다. NYT는 “태양광 패널에 대한 관세가 국내 제조업자들에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노동자와 관련 기업 등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수입 제품에 관세를 부과해도 한국이나 말레이시아 등 저임금 국가들은 생산 비용에서 경쟁 우위를 유지할 것”이라며 “미국 내 일자리를 창출할 가능성은 낮다”고 꼬집었다.
특히 미국 내 공장들의 경우 이미 대부분 자동화 돼 있어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다고 NYT는 전했다. 미 태양광산업협회에 따르면 총 26만명이 태양광 관련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데, 태양전지와 모듈 생산에 투입된 인력은 2000명 미만에 그친다.
오히려 태양광 산업을 활성화 시키는 것이 일자리 창출에는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NYT는 설명했다. 태양광 패널 생산보다는 이를 설치하거나, 패널 각도를 조절하는 강철 선반 제조업에 종사하는 인력이 훨씬 많아서다. 이는 태양광 산업이 위축되면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블룸버그통신은 세이프가드 조치가 미국 내 태양광 산업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미국은 세계 태양광 산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국가가 절대 아니다. ‘생산 능력’을 갖춘 선도 기업들 중 미국에 기반을 둔 회사는 없다”면서 “(세이프가드 조치가) 시장을 재편할 수도, 업계를 주도하는 중국의 지위를 위협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관세 부과 조치로 미국 내 지상 건설 태양광 발전소의 경우 약 10%, 지붕 설치 태양광 발전소의 경우 약 3% 각각 건설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아울러 미국 내 태양광 발전소 설치 수요도 향후 5년 동안 11% 가량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미 태양광 산업을 위축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외국산 제품과 경쟁하는 미 제조업체들에게도 부정적일 것이라는 진단이다.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BNEF)의 휴 브롬리 태양광 부문 애널리스트는 “이번 세이프가드로 미 제조업 르네상스를 기대하는 사람들은 실망하게 될 것”이라며 “관세가 부과되는 4년 동안 어떠한 투자 유치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탁기에 대한 관세 조치 역시 당초 세이프가드를 요구했던 미 가전업체 월풀에겐 좋은 일이겠지만, 업계 일자리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블룸버그는 꼬집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미국 공장 건설도 이미 계획됐던 일이어서 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되레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제품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들만 피해를 볼 것이라는 신문은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조치들은 항상 보보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에게 해를 끼치고 성장도 저해했다”면서 “가장 큰 패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승자라고 말한 미 노동자와 소비자”라고 비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미 태양광 산업의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AP통신도 중국과 독일, 멕시코 등 미국과 무역 상대국 간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며 미 태양광 설치 산업 둔화 및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우려했다. CNBC는 골드만삭스를 인용, 세이프가드 여파로 내년에 세탁기 가격이 8~20% 인상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