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남북이 ‘무박4일’ 43시간여에 걸친 고위급 접촉올 통해 ‘북 유감표명, 남 확성기중단’을 골자로 한 합의문을 극적으로 도출하면서 그동안 교착상태에 빠졌던 남북관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5일 남북은 우리측에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홍용표 통일부 장관, 북한측에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가 참석한 고위급접촉을 마무리짓고 6개의 합의사항이 담긴 공동 보도문을 발표했다. 이에따라 물리적 충돌직전까지 가면서 극도로 경색됐던 남북관계가 화해·상생모드로 급반전될 전망이다.
남북은 특히 합의문에서 군사적 긴장 상태를 해소하는 것외에 △추석 이산가족상봉 △당국자 회담 정례화 △민간교류 활성화 등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대화와 협상을 계속 하기로 해 금강산 관광 재개, 개성공단 국제화 등 경제협력과 문화교류 등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날 합의타결후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밝힌 메시지에서 교류확대를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이번에 남북이 합의한 구체적인 사업들이 후속회담 등을 통해 원활하게 추진돼 남북간 긴장이 해소되고 한반도 평화와 발전을 위한 전기가 마련되도록 하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분단으로 인한 이산가족의 고통부터 치유하고, 남과 북이 서로 교류하고 민간활동이 활발해져서 서로 상생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우리 정부는 광복70주년을 맞아 씨름 대회, 태권도 시범 행사, 축구대회 등 스포츠 교류부터 시작해 남북이 공동으로 집필하는 ‘겨레말큰사전’ 편찬, 산림 협력, 경원선 철도 복원,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 등의 사업을 추진해왔는데 이번 합의 타결로 다시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남북 교류가 본격화되기 위해서는 5.24 조치 해제나 금강산 관광 재개 등 풀어야 할 선결과제가 많은 점은 부담스럽다.
장시간 산고를 거치긴 했지만 남북이 대화를 통한 합의에 도달하면서 남북 정상회담도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양측 정상이 각각 올초 신년 기자회견과 신년사를 통해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놓은 데다 이번 협상이 ‘대리 정상회담’에 가까울 정도 전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만큼 직접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측 협상 대표로 참석했던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그 분야는 지금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