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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물 입찰서 양호한 수요 확인
7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 등에 따르면 재무부가 이날 진행한 480억달러 규모의 3년물 국채 입찰에서 낙찰금리는 4.701%로 직전인 지난달 3년물 입찰 당시 수준(4.740%)을 밑돌았다. 응찰자들이 더 높은 가격을 감수하고서라도 입찰에 참가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응찰률은 2.67배로 이전 6개 입찰 평균(2.79배)에 다소 못 미쳤다.
해외 간접 낙찰률과 미국 내 직접 낙찰률은 각각 64.6%, 19.1%를 기록했다. 일반 입찰자들이 물량의 대다수인 83.7%를 가져갔다는 의미다. 통상적인 수준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주요 은행과 증권사 등 프라이머리딜러(뉴욕 연방준비은행이 공인한 정부증권 딜러)가 가져간 비율은 16.3%였다. 프라이머리딜러의 낙찰률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남은 물량이 적었다는 뜻인데, 이번 역시 예상보다 일반 수요가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입찰이 유독 주목 받은 것은 최근 미국 장기금리가 폭등하는 국채 투매 현상이 심화하는 와중이었기 때문이다. 입찰마저 부진할 경우 채권시장이 패닉에 빠지고 금융시장 전반이 악영향을 받을 수 있는 탓이다.
특히 최근 월가에서는 미국 재정적자 공포가 급증하는 기류다. 미국은 세계 패권전쟁에 따른 국방비 지출, 기후 변화에 따른 녹색 투자, 고령화에 따른 복지 지출 등 돈을 써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정부가 이를 위한 자금을 조달하려면 국채 발행을 늘려야 하는데, 국채 공급량 증가는 곧 가격 하락(금리 상승) 압력을 높일 수 있다. 게다가 높아진 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을 메우려 추가 국채 발행을 통해 빚을 더 내야 하는 측면도 있다. 다만 이날 입찰이 양호하게 끝나면서 일단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간밤 뉴욕채권시장에서 3년물과 5년물 이상 장기물을 중심으로 국채금리가 하락한 것은 이같은 이유에서다.
◇10·30년 입찰, 국채수요 가늠자
그러나 더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바로 이튿날인 9일 진행하는 400억달러 규모의 10년물 국채 입찰이다. 미국 10년물은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 역할을 한다.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신용카드대출 등에 연동돼 있어 실물경제 파급력 역시 크다. 미국 재무부는 오는 9일에는 초장기물인 30년 만기 국채 발행에 나선다. 만에 하나 장기물 수요가 부진한 것으로 나오면 금리는 다시 튈 가능성이 있다. 시장이 아직 안심하기는 이른 셈이다.
실제 미국장 이후 아시아 시장에서는 장기물을 중심으로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고 있다. 10년물의 경우 장중 4.614%까지 뛰었다. 30년물 금리는 4.764%까지 상승했다. 장기물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부담에 매도 우위의 분위기인 것이다. 간밤 미국장과는 기류가 약간 달랐다. 투자전문매체 배런스는 “채권시장은 이번주 만일의 국채 수요 부족 사태에 대비해 비상이 걸렸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 임시 예산안의 효력이 오는 17일로 끝나는 것도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재료다. 미국 의회는 지난 9월 30일 당시 여야 대치 속에 연방정부 셧다운을 피하자 45일짜리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의 축출 사태에서 보듯 미국 의회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연방준비제도(Fed)가 대외적으로 여전히 긴축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는 점 역시 변수다. 연준 내 대표 비둘기파로 꼽히는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이날 “지금까지 인플레이션이 좋은 경로에 있었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필요한지 여부는 지표에 달렸다”며 “2% 물가 목표치로 되돌리는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만약 우리가 더 해야 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