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에 또 자금을 추가로 수혈하면서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중장기 플랜 중 하나로 거론되는 정상화 후 매각 시나리오가 성사될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된다.
금융위원회는 23일 이번 정상화 방안을 통해 작고 효율적인 조직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정상화 이후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해 조선 ‘빅3’ 체제에서 ‘빅2’ 체제로 만들겠다고 제시했다.
특히 국내 조선산업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과당 경쟁에 따른 저가 수주 등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조선 3사 체제’를 ‘조선 2사’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금융위는 밝혔다.
이번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오는 2021년 부채비율은 250%로 낮추고 그 동안 대우조선 부실을 초래한 저가수주 선박 등을 2018년까지 수주잔고의 74%인 84척을 인도해 불확실성을 제거할 경우 2018년 새주인 찾기가 가능해 질 것이란 판단이다.
금융위는 “향후 해양플랜트 부실 등 잠재위험요인을 해소하고 획기적인 재무구조 개선을 조기에 달성해 M&A 기반을 조성하는 한편, 2018년쯤 업황개선이 가시화될 경우 M&A 여건이 조성되므로 국내 조선산업 구조의 전략적 개편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대우조선해양 몸집을 줄여 추후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에 매각하거나 기업분할 후 매각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보고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구조조정 방안이 인력조정, 사업효율화, 채무재조정, 5조원 자산매각 등 보다 공격적인 몸집 줄이기에 방점이 찍힌 것도 향후 매각을 염두에 두고 인수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당장은 대형3사 모두 상장사로 소유주가 달라 정부가 인위적으로 기업 매각 및 합병을 추진하기 힘든 만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이날 대우조선해양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대형3사가 모두 소유주가 다른 상장회사라는 점에서 정부 주도 구조조정은 바람직하지 않고, 산은이 소유한 대우조선을 분할 혹은 정리해 현대·삼성중공업만 살아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현 단계에서 대우조선의 기업분할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기업정리 역시 막대한 국민경제적 부담이 발생하게 되는 만큼 선 정상화가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현대·삼성중공업 역시 조선업의 불황을 맞아 자구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실한 대우조선을 인수한다면 더 큰 부실을 초래할 우려도 있다”며 “이번 대우조선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추진되어 사업부문 개편과 함께 과잉설비·인력 감축이 이뤄진다면 업황 개선이 전망되는 내년쯤 M&A를 통한 대우조선 주인찾기가 활발하게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다만 조선업 시황에 대한 예측이 빗나가면서 이번에도 대규모 추가 자금 지원에 나서는 만큼 금융당국이 그리는 조선산업 전망 예측이 맞아떨어질지가 가장 큰 관건이다.
금융위는 영국의 조선ㆍ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의 분석을 바탕으로 지난 2016년을 저점으로 선박발주량이 점차 개선되면서, 국내 조선업체가 강점을 갖는 대형 컨테이너선 분야가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