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재희 송이라 기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Brexit)가 현실화되면서 유로스톡스5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유럽증시 급락이 예상되면서 연쇄적인 녹인(Knock In·원금손실)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24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한국(-3.1%), 일본(-7.9%), 중국(-1.3%), 홍콩(-4.3%) 등 주요 아시아국 증시가 동반 급락하고 미국 나스닥, S&P 선물도 4%대의 하락세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 증시가 패닉 상태에 빠졌다. 그동안 유럽 증시도 영국의 잔류 가능성을 반영해 온 만큼 이날 개장 후 급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문제는 유럽 대표기업 50개 종목으로 구성된 유로스톡스50지수의 영향권 안에 있는 국내 투자자들이 상당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유로스톡스50을 기초로 한 ELS의 발행잔액은 43조원에 달한다. 이는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발행잔액 36조원보다 7조원 가량 많은 규모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브렉시트 현실화로 유럽증시도 5% 이상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지난해 상반기 유로스톡스50 지수가 3700~3800선일 때 발행됐던 ELS가 녹인 구간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3800에서 가입한 ELS의 녹인 조건이 60%일 경우 2280선에 도달하면 녹인에 진입하게 된다. 전일 지수가 3037포인트였던 점을 고려하면 녹인 구간까지 25% 정도 남아있는 셈.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유로스톡스50 선물은 브렉시트가 확실시된 이후 11% 급락했다. 이 연구원은 그러나 “녹인구간에 진입한다고 해서 바로 손실이 확정되는건 아니다”며 “1년 이상의 만기가 남아 있는 만큼 섣불리 환매하기보다는 유럽 증시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유로스톡스50지수가 2200선까지 떨어질 경우 국내 투자자들의 녹인 규모는 2000억원을 넘을 것”이라며 “녹인 구간을 40~60% 여유있게 설정했다지만 하락폭이 예상을 뛰어넘을 경우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는 27일 유로스톡스50선물 국내 상장을 앞두고 한국거래소도 분주해졌다. 유럽증시의 하락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가 시급해졌기 때문. 김배용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 부장은 “투표 결과 발표 후 유럽 주요 종목이 15% 가량 급락하고 있어 기존에 확정한 기준가를 조정할 계획”이라며 “기준가 조정없이 적용하면 개장과 동시에 지수가 급락할 가능성이 큰 만큼 유럽 증시 마감 후 종가를 반영해 기준가를 변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인투자자들의 위험관리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라며 “유로스톡스50 지수 관련 ELS에 투자해 녹인 우려가 있는 개인투자자의 경우 유로스톡스 50선물 매도를 통해 위험을 헤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지난 23일(현지시간) 시행된 브렉시트 투표해서 영국 국민은 ‘찬성’을 선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382곳 개표가 완료된 상황에서 탈퇴가 51.9%, 잔류가 48.1%를 기록했다. 영국이 브렉시트를 선택하면서 EU는 기본 조약인 리스본 조약에 따라 영국과 EU 간 탈퇴협상이 시작할 예정이다. 협상 기간은 2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