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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이탈 가속…금 ETF에 사흘 만에 12조원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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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26.08.27 11:4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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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4600달러 회복…이달만 14% 급등
美국가부채 40조달러 돌파…탈달러 영향
투기 열기 실종…중장기 자금이 상승 주도
금리가 최대 변수…잭슨홀 워시 연설 주목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금값이 다시 뛰고 있다. 미국의 재정 상황을 못 미더워한 돈이 달러를 떠나 금으로 옮겨가면서다. 연초처럼 단타를 노린 투기 자금이 아니라 달러 가치 하락에 대비하려는 중장기 투자자들이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점이 이번 국면의 특징이다.

(사진=AFP)
(사진=AFP)
2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국제 금값의 기준이 되는 런던 현물 가격은 이날 싱가포르 시간 오전 8시56분 1트로이온스당 4602.26달러(약 638만원)로 0.2% 올랐다. 전날 1.4% 떨어지며 5거래일 연속 상승세가 끊겼다가 다시 반등한 것으로, 이달 들어서만 14%가량 뛰었다. 지난 19일에는 장기 방향성을 가늠하는 잣대인 200일 이동평균선을 2개월 반 만에 넘어섰다.

방아쇠는 미국의 재정 불안이었다. 미 재무부는 지난 19일 국채를 되사들이는 ‘바이백’ 규모를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당국이 손을 쓰지 않으면 안 될 만큼 빚이 불어났다는 신호로 읽혔다. 실제 미국 국가부채는 이달 중순 40조달러를 돌파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39조달러를 넘어선 지 불과 5개월 만이다.

달러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투자금은 금처럼 특정 국가에 묶이지 않는 자산으로 흘러들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를 ‘디베이스먼트(화폐가치 하락) 거래’라고 부른다. 지난해 금값을 사상 최고로 밀어올렸던 바로 그 흐름이다.

돈이 몰리는 곳은 상장지수펀드(ETF)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실물 금을 담보로 삼는 세계 최대급 ETF인 ‘SPDR 골드 셰어스(GLD)’ 잔고는 19일부터 사흘간 금 22톤, 약 90억달러(12조 4740억원) 늘었다. 사흘치 증가폭으로는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크다. 테일러 버넷 세계금협회(WGC) 미국 리서치 책임자는 “GLD 말고 다른 금 ETF에도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금 보유 잔고를 다시 쌓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금값은 지난 1월 사상 최고치를 찍은 뒤 줄곧 내리막이었다. 지난 2월말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해 유가가 뛰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가 사라졌고, 오히려 연내 여러 차례 올릴 것이라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들고 있어도 이자가 붙지 않는 금의 매력이 떨어지면서 지난 6월말에는 4000달러(약 554만원) 아래로 밀리기도 했다.

이달 들어 고용 등 미국 경기가 식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가 잇따르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다만 26일 발표된 물가 지표가 연준 목표치를 크게 웃돌면서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부각됐고, 달러는 2주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시선은 이번 주 잭슨홀 심포지엄으로 쏠린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28일(현지시간) 이곳에서 취임 후 첫 주요 연설에 나선다. 류스야오 쯔진톈펑선물 애널리스트는 “워시 의장이 9월 금리 인상의 토대를 놓지 않는다면 시장은 비둘기파적 신호로 해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리사 쿡 연준 이사 해임을 다시 추진할지 저울질하면서 중앙은행 독립성 논란이 재점화된 점도 금값을 떠받치는 요인이다.

값은 크게 올랐지만 연초와 같은 과열은 없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 1월에는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몰리며 매수가 매수를 불렀고, 한 달이 채 안 되는 사이 1300달러(약 180만원)가 치솟았다. 시장 애널리스트 도요시마 이쓰오는 “6월까지 큰 폭의 하락을 겪으면서 단기 차익을 노리던 층은 떨어져 나갔다”며 “이번 상승장은 달러 가치 하락을 방어하려는 중장기 투자자를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투기 성격이 짙은 뉴욕 금 선물시장 거래량도 1월 정점의 절반에 못 미친다.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가메이 고이치로 마켓스트래티지인스티튜트 대표는 “금이 지난 1월 찍었던 5500달러(약 762만원)대 최고치를 향해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고 봤다. 화이트하우스 사토 아쓰코 영국 불리온볼트 일본시장 책임자는 “중앙은행과 투자자들이 금 등으로 자산을 분산해 달러 의존도를 서서히 낮추는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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