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군인공제회는 오는 25일 2022년 PE·VC 국내 블라인드 펀드 위탁운용사 모집을 마감한다. 이번 출자 규모는 총 2000억원으로 PE와 VC 부문 모두 일반리그와 루키리그로 나눠 총 22개사를 뽑을 예정이다. 먼저 PE 분야 내 일반리그에서 9개 운용사에 각 100억~140억원, 루키리그에서 2개 운용사에 각 90억원을 출자할 계획이다. VC 분야에선 일반리그에서 9개사에 각 70억~100억원, 루키리그에서 2개사에 각 40억원씩 자금을 위탁할 방침이다.
최근 들어 군인공제회뿐만 아니라 교직원공제회, 노란우산공제 등 다수 기관투자가는 중소형 운용사에게도 펀딩 기회를 주고자 루키리그를 따로 열어 콘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루키리그는 선정 운용사 수와 출자금액이 일반리그보다 현저히 적다. 요즘처럼 자금유치가 어려운 때에 위탁운용사로 선정되는 것이 그나마 한 줄기 희망인 운용사들 입장에선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한 중소형 운용사 대표는 “기관투자가들에게 투자받기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상황이지만 자금 유치가 쉽지 않다”며 “콘테스트가 열릴 때마다 유명한 대형 운용사가 번번이 선정되는 것을 보면 힘 빠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기관투자가 입장에선 대형 운용사가 매번 잘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과거 우수한 펀딩 성과를 낸 곳을 선정하는 것이 가장 공정하다. 특히 출자사업은 회원이나 고객들의 돈을 맡기는 일이기 때문에 단순히 운용사의 성장 가능성만 보고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대개 중소형 운용사들은 정량평가에서 대형 운용사보다 트랙 레코드가 뒤떨어져 점수 미달로 탈락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중소형 운용사도 눈여겨보고 있지만, 회원들이 맡긴 돈을 안전하게 불리기 위해선 우수한 트랙 레코드를 쌓아온 운용사에 출자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과거 실적 중요…빅딜 없는 지금이 기회”
유동성이 말라붙고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일수록 운용사의 실력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오히려 기관투자가들이 대형 하우스들에만 자금이 쏠리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루키리그를 개최했지만, 대규모 자금을 맡기기엔 기준 미달이라 평가조차 어려운 경우도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최근 노란우산공제는 국내 블라인드 PE 펀드 위탁운용사에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 △스톤브릿지캐피탈 △스틱인베스트먼트 △아주아이비투자 △유니슨캐피탈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 등 6곳을 최종 선정했다. 총 약정 금액은 2300억원이며 각 300억~500억원의 자금을 위탁할 예정이다.
당초 노란우산공제가 지난 8월 위탁운용사를 모집할 때는 일반 부문에서 6개사, 루키 부문에서 2개사 등 총 8곳에 2600억원을 출자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루키 부문에 지원한 운용사 수가 극히 적었을뿐더러 정량평가에서도 다른 운용사보다 실적이 저조해 최종 누락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요즘처럼 대형딜이 없을 때 소액으로 참여할 수 있는 투자 건이 많으니 중소형 운용사는 이때를 틈타 실적을 쌓을 수 있어야 한다”며 “예전부터 승자독식 논란이 있던 만큼 루키 부문을 신설하는 등 콘테스트 선정 방식에 대해 꾸준히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