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가총액 2위 가상자산인 이더리움을 만든 비탈릭 부테린은 서울에서 열린 ‘코리아블록체인위크 2022’ 강연에서 이같이 힘줘 말했다. 제7호 태풍 무란(MULAN) 상륙을 앞두고 ‘물폭탄’이 떨어지는 가운데, 7000명(주최측 추산)이나 모인 자리에서다. 내달 이더리움 2.0 업그레이드를 앞두고 그는 “암호화폐 결제를 생각해볼 시점”이라며 결제 시장의 대격변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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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더 2.0, 속도 300배·수수료 400분의 1
‘암호화폐 결제’는 비트코인 태동기부터 블록체인 개발자들의 숙원 사업이었다. 코인으로 치킨, 피자를 주문하는 등 실물경제와 연계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비트코인 창시자로 알려진 사토시 나카모토는 2008년 ‘비트코인: 개인 대 개인 전자 화폐 시스템’ 논문에서 은행 등 제 3자 중개인 없는 새로운 금융 시스템을 꿈꿨다.
하지만 현재 비트코인뿐 아니라 대다수 코인은 결제 수단이 아니다. 오히려 나스닥과 비슷하게 움직여 증권 같은 특성을 보이고 있다. 이는 느린 거래 속도와 높은 가스비(코인 전송 수수료) 때문이다.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려면 빠르게 거래돼야 하고, 수수료 부담이 없어야 한다.
그동안 불가능하다고 여겨졌지만, 블록체인 기술 개발로 눈앞의 현실이 됐다는 게 부테린의 진단이다. 그 시발점으로 이더리움 2.0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이더리움 개발자들은 9월19일을 목표일로 ‘머지(the Merge)’라는 업그레이드를 추진 중이다. 이더리움을 생성하는 합의 메커니즘이 기존 작업증명(PoW·proof-of-work)에서 지분증명(PoS·proof-of-stake)으로 바뀌는 게 업그레이드 골자다. 그런데, 작업증명에서 지분증명으로 성공적으로 바꾼 사례는 거의 없다. 따라서 이 작업이 성공한다면 블록체인 역사를 한 번 더 쓰는 셈이다.
현재는 블록의 암호를 많이 풀어야 하는 지난한 작업 구조인데, 업그레이드가 되면 각자 보유한 지분율에 따라 코인 보상을 즉각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부테린은 “이더리움 초당거래속도(TPS)가 현재 20 정도에서 (300배인) 6000까지 뛸 수도 있을 것”이라며 “20달러 수준인 거래 수수료를 (400분의 1인) 5센트까지 낮출 수 있다”고 봤다.
◇하반기 가상자산 시장 훈풍부나
이더리움 2.0은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결제 시장뿐 아니라 코인, 대체불가능토큰(NFT), 메타버스, 게임까지 다양한 비즈니스가 가능해서다. 서상민 클레이튼 재단 이사장은 이날 컨퍼런스에서 클레이튼을 이더리움과 100% 호환하고, 메타버스·게임에 특화된 블록체인 등장을 예고했다. 클레이튼은 카카오 계열사인 그라운드X가 만든 레이어 1 블록체인(메인넷)프로젝트다.
이더리움을 시작으로 이 같은 비즈니스가 살아날지에 따라 코인 시세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 6월19일 921달러까지 떨어졌던 이더리움은 8일(오후 4시30분 기준) 현재 1700달러대를 기록 중이다. 이더리움 거래 등이 늘면서 전 세계 가상자산 거래량도 8일 1조 2000달러에 육박했다. 이더리움 2.0에 대한 기대감이 시세에 반영된 것이다.
가상자산 전문가인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통화에서 “가상자산의 미래는 속도, 확장성, 보안, 기술을 봐야 한다”며 “지난해 유행했던 NFT처럼 주목받는 ‘제2의 NFT’가 하반기에 나올지도 시장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