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 1.2만가구 주택단지로 변신하나

신수정 기자I 2022.02.15 16:22:21

송영길 15일 '구룡마을 공공개발' 발표
용적률 높여 공급 3배 늘려..5천가구는 반값아파트로
다만 개발주체인 서울시·SH공사와 사전협의 없어
강남구는 '환영'..분양권 받게 된 거주민도 반길 듯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서울의 마지막 무허가 판자촌 ‘구룡마을’에 1만 2000가구 개발 청사진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캠프에서 나왔다. 앞서 서울시가 내놓은 2838가구 공공주택단지 건설 계획의 약 4배에 달하는 공급계획이다. 다만 개발주체인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사전논의가 되지 않은 사안이라 실제 사업 추진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누구나집’ 추진 지자체 간담회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수 차례 바뀐 개발계획이 또...서울시 “사전 협의 없었다”

15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1만 2000호를 공급하는 ‘구룡마을 공공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4종 일반주거지역 신설 및 종상향을 통해 최대 500%까지 용적률을 확대, 기존보다 약 4배 많은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이중 5000가구는 청년과 신혼부부들에게 시세 반값 이하로 내놓고 ‘누구나집’, ‘기본주택’ 등 다양한 공급 방식을 도입할 방침이다. 송 대표는 “청년과 신혼부부는 분양가의 10%인 4000만원으로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룡마을은 강남의 마지막 남은 판자촌으로 1980년대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에 따른 개발로 여러 지역 철거민들이 몰려들면서 형성한 주거지다. 판자촌인 만큼 주거환경이 열악해 개발 계획 필요성이 지속 돼 왔지만, 개발 계획이 여러 차례 바뀌며 30년간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여당의 개발계획에 대해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서울시는 ‘구룡마을 공공개발’ 계획에 대해 사전검토 진행하긴커녕 통보조차 받은 것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시는 구룡마을에 대해 2838가구의 단지 조성으로 방향을 잡고 사업을 진행 중이다. 평균용적률은 160~170%다.

서울시 관계자는 “여당과 사전협의를 진행한 바 없고 현재 (지난해 고시계획의) 검토단계에 있다”며 “여당의 공약대로 진행하기 위해선 조금 더 논의해야 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구룡마을 개발사업을 실제 담당하고 있는 SH공사 역시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SH공사 관계자는 “보상계획 등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업계획이 이미 공개됐는데, 이를 바꾸려면 서울시와 해당 구청 등 관련 기관들과 주민 협의를 해야하는데 난감하다”고 말했다.

또 개발계획을 사업 주체인 서울시·SH공사와 층분히 협의하지 않고 먼저 시장에 알림으로써 절차적인 문제와 더불어 투기세력 유입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남구청 “용적률 높여 공급 늘리는 방안 환영”

반면 구룡마을이 있는 강남구청은 여당의 공공개발안에 적극 환영의 뜻을 밝혔다. 개발면적을 확대해 주택공급을 늘릴 수 있는데다 토지주들의 민원도 해결하고 강남구민들이 필요로 하는 문화·체육시설도 지을 수 있는 상생 방식이라는 것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서울의료원이나 수서역 등에 공공주택을 추가하는 것보다 대체부지로 추천했던 구룡마을에 용적률을 높여 공급을 늘리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속도를 높여 개발돼 강남형 스마트 도시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설명했다.

구룡마을 거주민과 토지주 입장에서도 서울시 안보다 여당 안이 더 솔깃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중 다수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2838가구 규모 단지에 반기를 들고 있다. 구룡마을 전체 면적은 26만6502㎡, 471필지로 구성돼 있는데 토지소유자만 585명에 달한다. 서울시는 토지소유자들의 100% 현금청산을 통해 매입한 후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을 채택해 놨다. 또 무허가 판자촌에 거주하는 주민이 1100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주택 분양을 기대하며 이곳에 살고 있지만 서울시는 임대주택 입주권을 주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번 여당 안에 따르면 토지주와 거주민들은 주택 분양권을 받게 된다. 송 대표는 “무허가 주택 1100호 전원에 입주권을 줘서 용산참사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며 “임대주택이 아닌 분양형 주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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