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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는 5일(현지시간) “정치적인 관점에서 무역전쟁에 따른 피해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더욱 치명적이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中, 경제타격 클 것…트럼프, 정치적으로 훨씬 취약해”
신문은 경제적인 측면에선 미국이 중국보다 다소 유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막대한 대미 수출 비중을 고려하면 중국 역시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냉정하게 바라봤을 때 중국은 정부가 인정하는 것보다 무역전쟁에 더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중국 경제성장에 있어 수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미국은 중국산 제품을 대규모로 수입하는 국가다. 중국 제조업체를 공격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확보하고 있다는 얘기다.
상대적으로 중국이 미국을 ‘추가로’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은 많지 않다. 중국이 예고한 보복 관세 품목 및 규모는 이미 미국산 수입품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주 광야오 중국 경제부 차관은 “중국은 무역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서 “중국은 경제가 부흥해 온 지난 40년 동안 결코 외부 압력에 굴복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치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입게 될 피해가 시 주석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측됐다. 시 주석은 최근 헌법개정 및 인사교체를 통한 권력집중화에 성공, 사실상 ‘황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달리 얘기하면 중국 경제를 강력하게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은 물론, 그의 정책에 대한 비판이나 반론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제조업부터 금융 등까지 국영기업들을 동원해 무역전쟁에 따른 고통을 효율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다.
리서치업체 게이브칼 드래고노믹스의 아서 크뢰버는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에 대한 미국 정부 내 인식이 다소 부풀려져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입힐 수 있는 최대 피해 규모는 중국 경제성장의 10분의 1 수준으로 전망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 실시 전까지 피해가 예상되는 미국 소비자, 기업들의 불만과 맞서 싸워야 한다. 이미 정해진 품목이어도 강한 반발에 부딪힐 경우 바뀌거나 제외될 수 있다.
이와 관련, 중국은 미국 정치 체제의 취약성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중국이 대두(콩)와 같은 농산물에 관세 부과를 결정한 것도 무관하지 않다. 보복 관세 조치가 내려진 농산물 대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의 표밭인 미국 팜벨트(농장지대) 지역의 주력 수출품들이다.
이외에도 시 주석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자유무역주의를 수호하는 듯한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도 미국에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폭탄이 유럽연합(EU), 한국, 일본, 브라질 등 동맹국들까지 겨냥하고 있는데, 중국이 피해 국가들과 힘을 합쳐 보복에 나설 경우 미국이 고립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특히 중국은 한국을 상대로 시행했던 사드 보복처럼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영향력을 행사해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일 수도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은 중국이 세계 경제를 지탱하는 또다른 축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면서 “중국을 무너뜨리는 일은 미국에겐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한 전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G2, 막후협상 한창…무역전쟁 짧으면 2달·길면 8개월”
미국은 지난 달 23일부터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여기엔 중국산도 포함됐다. 중국은 보복 조치로 지난 2일 돼지고기, 와인, 과일 등 미국산 수입품 128개 품목에 최대 25%까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미국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및 기술이전 강요 등을 이유로 연간 50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1300여개 세부목록도 발표했다. 다음 날인 4일 중국 역시 다시 한 번 보복으로 맞대응했다. 미국산 대두, 자동차 등 동일한 금액만큼 25%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일촉즉발로 치닫던 양국 간 무역전쟁은 협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5일 숨 고르기에 들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날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을 제소하고, 이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중국산 수입품에 1000억달러 규모의 추가 관세 부과를 검토토록 지시하는 등 다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양국간 공방이 짧으면 약 2개월, 길면 8개월 가량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500억달러어치 1300여개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가 다음 달 22일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같은 달 15일 열리는 청문회를 비롯해 산업계 불만을 충분히 검토한 뒤 실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신문은 “무역전쟁인지, 휴전인지는 최장 8개월 간의 협상 결과에 따라 판가름이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과 타협점을 찾게 되면 무역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얘기다.
장기화될 경우엔 최장 8달이 걸릴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현행 규정상 180일(6개월) 이내에 관세 부과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돼 있어서다. 길게 보면 협상을 위한 시간이 8개월 가량 남았다는 뜻이다. 양국은 겉으로는 치고받고 있지만, 물밑에선 타협 노력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중국과 여전히 무역에 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막후 협상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일각에선 미국이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은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베이징과의 무역전쟁에 있어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또다른 신호”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