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내 정착촌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결의안 채택을 놓고 미국과 이스라엘이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또 미국 내부적으로는 오바마-트럼프 행정부 간 갈등을 더욱 크게 키우고 있다.
美-이스라엘 ‘2개 국가 해법·정착촌 건설’ 놓고 충돌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28일(현지시간) 국무부 연설을 통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내 정착촌 건설이 ‘2개 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과 중동의 평화를 위협한다면서, 유엔 안보리의 정착촌 중단 촉구 결의안 채택을 지지했다.
케리 장관은 “‘2개 국가 해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공정하고 지속적인 평화를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결의안 통과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이스라엘 정부의 주장을 부인했다. 그는 결의안 채택 표결에서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에 대해 “‘2개 국가 해법’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으며, 결코 가볍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지난 23일 이스라엘이 요르단 강 서안에서 진행하고 있는 정착촌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며, 이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4표, 반대 0표, 기권 1표로 통과시켰다.
케리 장관은 또“ 이스라엘 총리는 공개적으로 ‘2개 국가 해법’을 지지하고 있지만, 극단적인 요소로 점철된 역사상 가장 우경화 된 어젠다를 추구하고 있다”면서 “이스라엘은 유대 국가 또는 민주주의 국가 중 하나가 될 수 있지만 ‘2개 국가 해법’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둘 다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에게 양국의 공존을 규정한 오슬로 평화협정 조건 준수 등 ‘2개 국가 해법’ 이행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케리 장관의 이날 연설은 “이스라엘은 언제나 미국의 우방국”이라는 발언에도 불구하고, 양국 관계를 1948년 해리 S. 트루먼 대통령이 이스라엘이 취약한 국가라고 한 이후 처음 겪는 긴장 상태에 다다르게 만들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케리 장관의 연설 직후 미국에 대해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는 “케리 장관의 연설은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처럼 이스라엘을 왜곡시키고 있다”면서 “케리 장관은 한 시간 이상 정착촌 건설에 대해서만 집착하고, 팔레스타인이 유대인 국가에 반대하는 이유 등 충돌 원인에 대해선 거의 다루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오바마-트럼프 행정부 간 갈등 확대
케리 장관의 이날 연설은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임기 마지막 중동 평화 방안으로 ‘2개 국가 해법’에 대한 기존의 뜻을 관철시킨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이스라엘 편을 들고 이를 비판하면서 신-구 정권 간 갈등도 확대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트위터에서 “이스라엘이 완전히 무시되고 무례하게 다뤄지도록 가만히 두고 있어선 안된다”며 향후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회복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트럼프 당선인은 유엔 안보리의 표결에 앞서서도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이스라엘은 미국과 좋은 친구 관계를 맺어왔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그 출발은 끔찍한 이란 핵협상이었고 지금은 유엔 결의안 가결이다”면서 “이스라엘은 힘을 내야 한다. (대통령 취임일인)1월 20일이 곧 온다”고 밝혔다.
케리 장관도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이 수십 년 동안 지켜 온 중동의 평화 원칙을 포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의회도 트럼프 당선인의 접근 방식을 지지하는 모양새다. 미 하원 공화당 의원들은 유엔 안보리의 이스라엘 정착촌 중단 결의안 통과를 비난하는 의회 결의안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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