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22일 공개한 ‘2024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서는 고2 학생의 기초학력 미달(1수준) 비율이 9.3%로 역대 최악을 기록했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교과내용의 20%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 비율을 나타낸 것으로 소위 ‘수포자’·‘국포자’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번 조사는 작년 9월 10일부터 24일까지 중3·고2 학생의 약 3%인 2만7606명을 대상으로 컴퓨터 기반 평가(CBT)로 진행했다. 평가 결과 기초학력 미달에 해당하는 1수준 학생 비율이 고2 국어에서 9.3%로 집계됐다.
학업성취도 평가가 표집 평가로 전환된 2017년만 해도 고2 국어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5%에 그쳤다. 이후 코로나 팬데믹 당시인 2020년 6.8%로 급증하더니 2021년 7.1%, 2022년 8.0%, 2023년 8.6%, 2024년 9.3%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중3 국어 기초학력 미달 비율도 2022년 11.3%로 역대 최악을 기록한 뒤 전년도(2023년) 9.1%로 하락했지만, 이번 조사(2024년)에선 10.1%로 반등했다.
평가원 관계자는 이런 결과를 두고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화는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현장 교사들의 진단은 다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작년 10월 한글날을 앞두고 전국의 초중고 교사 5848명을 대상으로 학생 문해력 실태 조사를 진행한 결과 ‘과거보다 학생들의 문해력이 저하됐다’는 응답이 91.8%에 달했다. 고1을 담당하는 한 교사는 “위인전의 위인이 무슨 뜻이냐고 묻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마중물, 계륵 등 한자어를 모르는 학생이 학급의 절반 이상”이라고 했다. 한 중학교 교사도 “중3 학생이 수도라는 말을 몰라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조성철 교총 정책본부장은 “학생들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교과서를 이해하지 못하고 시험 치기도 곤란한 현실은 정말 심각한 문제”라며 “문해력 저하는 학습 능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대인 관계와 사회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면서 당국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번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그나마 다행인 점은 보통학력(3수준) 이상 비율도 늘었다는 점이다. 중3 국어는 전년 61.2%에서 66.7%로, 고2 국어는 52.1%에서 54.2%로 올랐다. 수학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중3이 같은 기간 49%에서 48.6%로 다소 감소했다. 반면 고2는 55.9%에서 57.2%로 증가했다. 고2 영어의 보통학력 이상 비율도 같은 기간 70.4%에서 72.4%로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3 수학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전년 대비 축소된 점도 긍정적이다. 전년도 중3 수학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13%였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12.7%로 소폭 줄었다. 고2 수학 역시 같은 기간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16.6%에서 12.6%로 하락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 현장에서 수학 기초학력 미달 학생에 대한 관심이 늘었고 지원도 같이 이뤄진 것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대도시와 읍면지역 간 학업성취도 격차는 여전했다. 국어의 경우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중3 대도시는 71.9%, 읍면은 58.2%로 13.7%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수학 역시 각각 55.8%, 37.3%로 18.5%포인트 차이가 났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에선 국어의 경우 대도시 8.2%, 읍면 13.8%로 5.6%포인트 차이를, 수학은 각각 9.7%, 17.9%로 8.2%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평가원 관계자는 “읍면 지역에서 다문화 학생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다문화 학생의 경우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성취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천홍 교육부 책임교육정책관은 “지역별 학력 격차 해소를 위해 시도교육청과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