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오는 17일 이사회를 열고 SK E&S와의 합병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SK그룹은 이와 관련한 기자간담회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합병과 관련해 일정이 확정되진 않았다”면서도 “유의미한 결정이 있다면 이를 어떤 방식으로든 알려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은 SK그룹의 ‘리밸런싱’(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작업의 핵심 시나리오로 꼽힌다. 최근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부진을 겪고 있는 배터리 계열사 SK온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사업 경재력을 키우기 위한 특단책이다. SK그룹은 당초 SK온과 윤활유 제조 업체 SK엔무브와 합병을 검토했으나, SK엔무브 지분 40%를 보유한 재무적투자자(FI)를 설득하기 쉽지 않아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SK그룹의 중간 지주사로, SK㈜가 각각 36.2%, 9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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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총액을 기준으로 하면 양사의 기업규모는 대략 4배 넘게 차이가 난다. 연결기준 SK이노베이션의 자산규모는 86조원에 달하는 반면, SK E&S의 자산규모는 19조원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수익성을 기준으로 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약 1조9000억원, SK E&S의 영업이익은 약 1조3000억원으로 자산규모에 비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만약 자산 기준이 아니라 수익성을 기준으로 SK E&S의 기업가치를 평가할 경우 SK이노베이션 주주 입장에서는 이번 합병으로 손해를 볼 여지도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SK이노베이션의 주가가 현재 낮게 형성돼 있는 것 또한 주주들 입장에선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11일 종가 기준 SK이노베이션의 시가총액은 10조2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SK E&S가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를 대상으로 3조 1000억원의 상화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했을 당시 평가 받았던 기업가치 24조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비율이 1대 2 수준으로 정해질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SK그룹 입장에서는 SK E&S의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할수록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 지주사 SK㈜가 SK E&S의 지분을 90%나 소유하고 있어 합병 후에도 지분율 희석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전문가는 “결국은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라며 “주주들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합병가격을 찾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